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율이 50%에 못 미칠 전망이다. 흑색선전이 난무하며 유례없는 '막장'으로 흐르면서 당원들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누가 당대표에 당선되더라도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21일 "전당대회 3일차 투표율(모바일+ARS투표)은 45.9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종료된 모바일 투표율은 40.47%였다. 이날부터 실시된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로 5.51%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김기현 당 대표 선출 당시보다 7%포인트 넘게 떨어진 수치다. 22일까지 ARS투표가 실시되지만 전체 투표율이 과반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1·2·3차 전당대회 당시 ARS투표율은 각각 9.2%, 9.4%, 7.59%로 10%를 넘긴 적이 없다.
당초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등 인지도 높은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흥행이 기대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김건희 여사 문자 공개로 촉발된 갈등이 지지자들 간 난투극으로 번졌고, 급기야 한동훈·나경원 후보가 '공소 취소' 청탁을 놓고 폭로전을 펼쳤다. 이에 당원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막장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당원들이 투표할 마음이 생기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당장 굵직한 선거가 없어 새 당대표의 권한이 많지 않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선 후보를 선출했던 2021년 2차 전당대회(전체 투표율 63.89%), 총선 공천권을 가진 대표를 뽑았던 지난해 3차 전당대회(55.51%) 때와 비교해 이번 투표율은 현격하게 낮다. 현역의원과 원외 인사들이 열성적으로 당대표 선거에 참여할 유인이 적었다는 것이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이번에 뽑히는 당대표가 2028년 총선 때 공천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대통령 임기도 3년 가까이 남은 마당에 당원들까지 동원해 특정인에게 줄을 설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낮은 투표율을 놓고 후보들의 해석은 엇갈린다. 한 후보 측은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광재 대변인은 "열성 지지층이 많은 한 후보가 결선 없이 당대표에 당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나경원·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 측 지지층이 이탈한 결과라며 결선투표를 예고했다. 나 후보 측은 "한 후보 지지자들이 공소 취소 폭로 등을 보면서 실망하고 염증을 느껴 투표 포기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 후보 측도 "전통적 우파 지지세력의 투표율은 상수인데 투표율이 떨어진 건 한 후보 지지층이 동요한 것"이라면서 "조직표가 튼튼한 원 후보의 우세가 예상된다"고 자평했다. 윤상현 후보는 "막판 패스트트랙(공소 취소 논란)을 갖고 당원들의 동요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한 후보에 대해 여러 우려가 많이 표명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낮은 투표율은 새 당대표에게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한 후보의 경우 친윤석열계와 마찰을 빚어온 터라 부담이 더 크다. 당초 '과반 투표, 과반 득표'를 목표로 잡은 터라 정통성에 흠집이 불가피하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한 후보가 친윤계 주류와 맞서려면 당심의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낮은 투표율은 치명타"라며 "결선투표까지 간다면 대표가 돼도 상당한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