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20일) 밤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려 전국 곳곳에 정전과 도로 침수, 옹벽 붕괴 등 피해가 속출했다. 비가 그치자 푹푹 찌는 무더위가 찾아와 중남부 여러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제주에서는 15일 연속 열대야 현상이 벌어지는 등 극과 극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21일 각 시도에 따르면 전남에 시간당 최대 67㎜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면서 도로·주택침수, 토사유출 등 27건의 피해신고가 잇따랐다. 이날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강수량은 보성군 95.5㎜, 신안군 장산도 80.5㎜, 장흥군 76.2㎜, 영암군 66.5㎜, 목포시 46㎜ 등을 기록했다.
특히 시간당 강수량은 신안군 옥도 67.5㎜, 보성군 59.5㎜, 장흥군 43.7㎜, 해남군 산이면 42.5㎜ 등 짧은 시간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에 이날 오전 4시쯤 영암군 삼호읍 한 도로가 침수돼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 등 3명이 구조됐고, 주변에 있던 주민 5명이 소방당국의 도움으로 대피했다. 전남 장흥군에는 산사태 경보가, 해남군과 보성군, 영광군, 신안군 등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 중이다. 기상청은 이날 저녁까지 광주·전남에 10~6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에서도 정전과 도로 옹벽 파손 피해가 발생했다. 21일 한국전력공사 경기북부본부(이하 한전)에 따르면 강풍이 몰아친 전날 오후 9시 57분쯤 포천시 이동면 일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 정전으로 아파트와 빌라 등 400여 가구가 더운 날씨 속에 에어컨 등 냉방기구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한전은 이날 0시 20분쯤 복구 작업을 완료했으나 재차 정전이 발생해 오전 7시 20분까지 복구 작업을 벌여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전날 오후 10시 50분쯤에도 양평군 복포리 59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가 이날 새벽 2시 41분쯤 복구됐다. 한전 관계자는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선을 건드려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역시 전날 밤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린 경기 김포에서는 21일 오전 10시 30분쯤 양촌읍 누산리 김포한강로 운양3지하차도 인근 옹벽 토사가 유실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고로 김포한강로 강화 방면 편도 3차선 도로 가운데 사고 주변 3차로가 일부 통제됐다.
이에 반해 제주 지역은 열대야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주요지점의 밤사이 최저기온은 제주(북부) 26.2도, 서귀포(남부) 27.4도, 성산(동부) 27.6도를 기록했다. 북부지역은 15일째, 동부와 남부는 9일째 열대야를 기록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김진호(57)씨는 "늦은 밤인데도 열대야로 잠을 청할 수가 없어 가족들이 고생하고 있다"며 "제주도 날씨가 이제는 동남아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 이날 비가 그치면서 진안·장수를 제외한 도내 12개 시군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전북지역은 대체로 흐린 가운데 최고기온 28~31도, 최고체감온도 29~32도 분포의 무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부산과 경남 대부분 지역, 대전·충남 9개 지역에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로 중대한 피해발생이 예상될 때 발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