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으로 시작해 '혁신'으로 끝난 롯데 신동빈의 주문

입력
2024.07.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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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
사장단에 환골탈태급 혁신 주문


미래를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선도 지위를 잃어버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올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인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그룹 임원들에게 이 같이 주문했다. 화학·유통 등 그룹의 주력 사업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과거 성공 경험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에 나서 위기를 돌파해달라는 취지다. 이날 회의에는 신 회장과 사업군 총괄 대표 및 계열사 대표 등 롯데 핵심 경영진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의 이날 발언은 최근 그룹에 번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됐다. 롯데그룹의 2023년 재계 순위(자산 총액 기준)가 13년 만에 5위에서 6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화학·유통 부문이 최근 몇 년 동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롯데케미칼은 지난 2년 동안 1조 원 넘는 적자를 냈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매출은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감소했다.

신 회장은 혁신을 실행하는 도구로 인공지능(AI)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1월 신년사에서 AI를 언급한 데 이어 같은 달 열린 상반기 VCM에서도 "AI를 본원적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그룹 내에서 AI 기반 기술 확보를 담당하고 있는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는 AI를 활용한 실행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그룹의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며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전기차 배터리 소재,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 등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16곳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2024 롯데 인베스트먼트 쇼케이스 행사가 열렸다. 롯데칠성음료 사내 벤처에서 출발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무인 스토어 스타트업 '워커스하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물류창고 자동화 사업을 진행 중인 '클로봇', 고해상도 저중량 증강현실(AR) 글라스 업체 '레티널' 등이 부스를 열고 신기술을 선보였다. 신 회장과 롯데 경영진은 한 시간가량 부스를 둘러보며 스타트업 기술을 직접 체험해보거나 설명을 들었다. 신 회장은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새로운 성장의 씨앗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도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6월 26일 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2020년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한 지 4년 만이다. 한일 양국 지주사에서 모두 임원직을 맡게 된 것으로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이날 '롯데 미래 먹거리 사업 현황은 어떤가' '그룹의 AI 전략이 잘 진행되고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미소만 띤 채 답을 하지 않았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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