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일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발권·예약 시스템과 국내 온라인 게임 서버가 멈추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19일 항공업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의 항공권 예약·발권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해 탑승 수속이 지연됐다. 이 회사들이 사용하는 독일의 정보통신(IT) 회사 아마데우스의 자회사 나비테어(Navitaire)가 만든 시스템이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바탕으로 운영돼 오류가 발생했다.
현재 온·오프라인을 통한 항공권 예약에 문제가 생겼으며 공항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손으로 항공권을 발급하고 체크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속 대기 시간도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19일 오후) 평균 한 시간 정도 항공기 운항이 미뤄지고 있다"며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을 추가로 투입해 수속 등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국제공항은 자체 구축 클라우드를 쓰고 있어 공항 운영 자체는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 공항 내 셀프 체크인 서비스 등도 정상 운영 중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티웨이 등도 다른 시스템을 사용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게임 업계도 피해를 입었다. 펄어비스 '검은사막' 운영진은 홈페이지 공지 사항을 통해 "갑작스러운 장비 이상으로 검은사막 서버 불안정 현상이 발생했다"며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서비스하는 그라비티도 게임 접속에 장애가 발생했다. MS의 윈도우 OS를 사용하는 개인 사용자들도 PC 화면에 블루스크린이 나타난 다음 재부팅이 되지 않는 장애를 겪기도 했다.
MS 클라우드가 아닌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쿠팡, G마켓, 11번가 등은 이상이 없었다. 공공 기관도 네이버, KT 클라우드 등 국내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혼란이 보고되지 않았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에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업 중 AWS 이용 기업이 60.2%(복수응답)로 가장 많다.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24.0%), 3위는 네이버(20.5%), 4위는 구글 클라우드플랫폼(19.9%)이다.
국내 피해가 확산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현황 파악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후 한국 MS에 서비스 장애에 대한 피해 규모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클라우드컴퓨팅법)'에 따르면 장애 발생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는 이용사에 피해 상황과 장애 원인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보안공지를 통해 대응 방안을 안내했다.
장애 원인은 사이버 공격이 아닌 보안 업데이트 사고로 밝혀졌다. 사이버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플랫폼인 팔콘 업데이트가 MS 윈도 10 시스템 파일과 충돌하면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보안 업계 관계자는 "팔콘 업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MS 클라우드 이용 기업 중에서도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MS는 회사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를 통해 "타사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업데이트로 인해 윈도 기기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알고 있다"면서 "해결책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대변인 성명을 냈다. 한국 MS는 "글로벌 본사에서 빠른 정상화를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