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홀가분하게 살려고" 모친 살해 후 옆에서 잠든 아들 20년형

입력
2024.07.19 20:00
만취상태서 범행 후 잠자다 붙잡혀
"베트남 행에 모친 걸림돌 돼 살해"
"다른 사건 실형..누범기간 중 범행"

설 연휴 기간 중 술에 취해 모친을 살해하고 그 옆에서 잠을 자던 30대 A씨에게 20년형이 선고됐다. 그는 자신의 해외 이주에 어머니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합의1부(김희수 부장판사)는 19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 A(33)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설 연휴 첫날이던 지난 2월 9일 밤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50대인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범행 전 구치소에서 안면을 튼 지인에게 함께 베트남으로 가자는 제안을 받고, 유일한 가족인 모친을 살해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베트남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던 A씨는 이 지인에게 자신의 범행 현장 사진을 찍어 전달했다. 이후 지인이 A씨의 주거지를 방문해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현장에서 잡혔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피해를 회복할 수 없어 엄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특히 부모를 살해한 행위는 반인륜·반사회적 범죄"라며 "피고인은 다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고 누범 기간임에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피고인에게 당시 홀몸으로 베트남으로 이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음에도 피고인은 자신이 외국으로 이주하는 데 모친인 피해자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해 살해했다"면서 "범행 동기가 비난할 만하다"고 했다.

A씨는 2006년 부모와 함께 탈북했다. 이후 아버지가 지병으로 사망한 뒤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패륜적이라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그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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