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우롱 임성근 이번엔 "휴대전화 비밀번호 기억 못 해"

입력
2024.07.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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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어제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발의요청’ 국민청원 관련 1차 청문회가 여야 충돌에 파행으로 얼룩졌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1주기 당일에 수사외압 의혹이 대통령 탄핵 사유라는 국민청원을 이유로 청문회가 열린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여당은 국회법상 근거 없는 불법 청문회이며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한 여론전이라는 입장이다. 적법성을 두고 이견이 불가피하더라도 스무 살 꽃다운 청년이 국방의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일과 관련한 우리 정치의 불행한 현실이다.

정치권 모두 엄중하게 인식해야 할 청문회는, 고성과 몸싸움에 의원들이 부상하는 불상사까지 벌어졌다. 청문회의 증인·참고인 22명 중 신원식 국방장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6명은 불출석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인 데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도 참석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장 입장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막아서면서 양측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들과 보좌진이 뒤엉키면서 전현희 의원이 얼굴과 허리를 다치는 등 ‘동물국회’가 부활했다. 앞서 입법청문회에서 수색 지시를 '지도'라며 책임을 회피했던 임 전 사단장은 공수처에 압수된 휴대폰 비밀번호에 대해 “알려줄 의사는 있는데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공수처가 수개월째 잠금장치를 풀지 못한 상황을 조롱한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격노설'과 관련해 경호처 명의 유선전화 '02-800-7070'의 발신인 정체를 규명하려 했으나 문제의 전화를 받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통화자를 말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오는 26일 2차까지 열리는 청문회는 대통령과 관련된 5가지 탄핵청원 사유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그 적절성을 떠나 왜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국회에 탄핵청원을 했는지 헤아릴 필요가 있다. 야당 역시 가려진 의혹의 진실을 드러내야 할 ‘탄핵청문회’가 국민청원을 핑계로 한 정치공세가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