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인사 방송 장악' 이어 '기자 사찰'...언론의 자유가 위태롭다

입력
2024.08.05 17:56
[6개 언론단체 '검찰 통신 조회' 규탄 기자회견]

"대통령 심기 경호 위한 초유의 사태" 
검찰 관계자 파면과 대통령 사과 촉구 

한국언론정보학회 교수들도 조회 통보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위해 언론인들의 통신 정보를 조회한 데 대해 언론단체들이 “언론에 대한 테러 행위”라며 반발했다. 무더기 통신 조회가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위축시켜 언론의 자유가 축소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 심기 경호 위해 수천명 기본권 유린"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6개 단체는 5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통신 정보 조회는 이전부터 벌어져온 일이지만, 언론계·정치권·시민사회·일반인들까지 망라한 3,000여 명이라는 (조회 대상) 숫자는 국가 권력기관에 의한 유례없는 민간인 사찰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올해 1월 윤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피의자들과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람의 이름 등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이 4일 밝혀졌다. 검찰은 조회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3,000여 명에 이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통신 조회는 서울중앙지검이 2022년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기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언론인들이 대거 조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단체들은 통신 조회가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되는 언론 탄압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6개 언론단체는 “이 초유의 사태는 압수수색과 무더기 기소, 극우인사 투하를 통한 방송장악, 언론 검열에 이어 무차별·무더기 통신 정보 조회까지 동원해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눈과 귀를 가리려 한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 아니 ‘대언론 테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한 사람의 심기 경호를 위해 아무런 범죄혐의도 없는 언론인과 노동조합 관계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 국민 수천 명의 기본권을 유린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파면과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통신 조회, "사찰 대상 될 수 있다" 위축시켜

검찰의 이 같은 수사 방식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기관이 통신 자료를 대량 확보하면 기자들의 취재원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사건에 관련된 소수가 아니라 3,000여 명의 자료를 조회한 것은 ‘나도 사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언론의 위축 효과를 노려 일부러 광범위하게 조회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 관련 학회 소속 교수들도 조회 대상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인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학회 회원들도 '통신 조회 사실 통지' 문자를 많이 받았다고 해 정확한 규모를 파악 중”이라며 “학회가 언론의 자유 문제 등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는데, 이런 일을 겪으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신 조회 대상에는 언론사 기자들뿐 아니라 정치인, 시민단체 관계자, 일반 시민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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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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