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과정에서 폭로된 여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취소’ 요구 논란이 장기간 잊혔던 패스트트랙 사건을 상기시키고 있다. 2020년 1월에 기소되고도 5년째 1심조차 끝나지 않은 비정상적인 상황은 단순한 재판 지연 문제를 넘어, 사법부의 정치화까지 우려할 만하다. 여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사건의 빠른 재판 진행을 압박하는데, 패스트트랙 사건에도 같은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4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가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막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으면서 발생했다. 국회선진화법(개정국회법) 위반 1호 사건이었다. 윤석열 총장 당시 검찰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 24명을 국회법 위반 등으로, 박범계 의원 등 민주당 전·현직 의원 5명은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국회 회의 방해죄가 적용된 여당 인사들이 벌금 5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된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은 나경원 의원을 포함해 5명인데 이들의 당선도 무효가 된다. 국회법 위반이 적용되지 않은 민주당 인사들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만 피선거권과 의원직을 상실해, 상대적으로 여당에 불리한 사건이다.
결국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한동훈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공소취소를 부탁한 것은 선고를 두려워한 여당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속 재판에는 협력하지 않은 채, 법무부를 압박해 공소 취소를 종용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법부의 재판 지연도 선을 넘었다. 기소 후 9개월 만에 첫 공판이 열릴 정도였다. 불구속 상태에서 다수의 의원을 상대로 심리를 벌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 사건은 영상 채증 등이 명확해서 판단이 쉬운 사안이다. 재판부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신속한 결론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5년째 1심조차 끝나지 않은 것은 의도를 의심할 만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후 각급 법원장까지 재판에 투입하면서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사건이 지연된 이유를 살피고 신속한 처리를 독촉해야 한다. 그 어떤 재판도 정치적 이유로 지연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