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이렇게 평가했다. 국내 AI 연구의 대가, 정송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던진 "엔비디아의 아성이 언제까지 이어질 거라고 보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진행된 'AI 라이브 토크쇼'에서 최 회장은 "(AI 변화에 맞서려면) 대한민국 혼자, 어떤 기업 혼자 갈 수는 없기에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AI 산업을 19세기 신대륙의 골드러시(노동력이 금을 찾아 이동하는 현상) 초기와 비슷하다고 봤다. 당시 떼돈을 번 건 광산업자가 아니라 광부들이 쓸 청바지나 곡괭이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빅테크들이 AI패권을 쥐기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하면서 이들이 쓸 AI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가 돈을 쓸어 담고 있다는 말이다. 최 회장은 "저희(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도 엔비디아 비슷하게 곡괭이를 팔아 돈을 벌자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출장에서 빅테크 수장과 잇따라 만난 일을 소개하면서 "이들 하나하나가 다 나름대로 전략을 갖고 있어서 그 전략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와 똑같이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기보다 반도체 등 우리가 가진 다른 설루션을 팔기 위해 그들 각각의 요구가 무엇인지 아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 AI를 가지고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 회장은 "(수년 안에 AI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않으면) 엔비디아가 무너질 공산도 있다"고 했다. 토크쇼에 함께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최근에는 AI의 발전 속도보다 지속 가능한지, 어떤 비즈니스에 쓰일지 등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국가별 AI 구축을 뜻하는 소버린(Sovereign·주권)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빅테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틈새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며 "자기네 나라 말을 잘하는 외국 AI모델 말고 자기네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는 소버린 AI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소개하며 "그도 이런 생각에 공감하면서 협력하자는 말을 나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