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김규현이 정리 못해"... 친문계, 수미 테리 논란에 尹 정부 안보 라인 겨냥

입력
2024.07.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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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대통령실 '文 정부' 책임론 강조에
박선원 "한미 외교 한계 드러나"
윤건영 "호구 잡힌 거나 마찬가지"

더불어민주당이 미국의 수미 테리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기소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무능'에서 원인을 찾으며 공세를 퍼부었다. 전날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강조하자,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대통령실 도·감청 문제 대응은커녕 무리한 정보활동으로 꼬투리를 잡혔다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박선원 "그렇게 좋다던 한미 외교 한계 드러난 것"

문재인 정부 국정원 1차장 출신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테리 연구원 수사는) 한국 정부가 대통령실 도·감청 문제를 제기할 경우 카드로 쓰기 위해 예비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미 중앙정보국(CIA)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도·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신 보도로 드러났는데, 미국이 이에 대한 대응 카드로 테리 연구원 수사를 시작했다는 얘기다.

박 의원은 특히 미국이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과도한 정보활동을 포착하면서 이번 사건이 불거졌다고 이번 사건을 해석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3주 뒤 열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비공개 회의록이 한국 정보기관에 전달됐다는 사실은 동맹국가라 하더라도 묵과할 수 없는 것"이라며 "미 대선을 100일 앞두고 한국 정부를 타깃 삼아 러시아, 중국이 할 법한 모든 불법적 정보활동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가장 친한 대한민국이 전 세계를 향한 경고 카드로 쓰이냐"며 윤석열 정부의 한미관계를 흔들었다.

전날 대통령실은 테리 연구원 기소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을 감찰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라며 "사진 찍히고 한 것이 다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수미 테리에 대한 FBI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23년 6월이고, 뉴욕 검찰 기소는 바로 며칠 전 이뤄졌다"며 "만약 수미 테리 사건이 문재인 정부 때 문제라면 왜 문재인 정부 때 이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하지 않았겠나"라고 반박했다. 현 정부 들어 주미대사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조태용 국정원장과 김규현 전 국정원장 등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을 거론하며 "지난 1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한미 고위급 책임자들이 정리했어야 했는데 못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고민정·윤건영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 반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윤석열 정부와 테리 연구원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테리 연구원이 해외 북한이탈주민 관련 다큐멘터리 상영 현장에서 나란히 앉아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녕 윤석열 정부는 수미 테리를 모른다고 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또 테리 연구원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과를 긍정 평가하는 내용의 칼럼을 작성했다는 이력을 들어 "(테리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발탁해 윤석열 정부까지 활동한 인물로 윤석열 정부가 긴밀하게 활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호구 잡힌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대통령실은 CIA로부터 도청을 당했는데 '악의가 없어서 괜찮다'는 식으로 아무 말 못했는데, 미국은 일종의 공공외교의 영역에 대해서도 FARA법(외국대리인등록법)을 핑계로 강하게 조치하고 기소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미국 정보당국이 수집한 사진과 증거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9~2021년 집중돼 있다"며 "수미 테리에게 명품백을 주다가 사진이 찍힌 국정원 요원은 서훈 전 국정원장 라인"이라고 언급했다.

우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