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했던 전공의들이 결국 무더기 사직 처리됐다. 특히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병원)은 전공의의 90% 이상이 돌아오지 않았다. 복귀율은 10% 미만에 머물렀다. 정부는 하반기 추가 모집을 통해 전공의 복귀를 유도한다는 방침 아래 지원 가능한 병원의 권역 제한도 풀었지만, 전공의들이 얼마나 지원할지는 불투명하다. 서울대병원 등 일부 주요 병원은 교수 등 내부 반발을 의식해 사직자 빈자리를 대거 비워두겠다는 방침이라 의료공백 조기 해소는 난망한 상황이다.
1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수련병원 전공의 사직 처리 현황에 따르면, 정부가 사직 처리 기한으로 정한 전날까지 전체 전공의 1만3,531명 중 7,648명이 사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턴은 3,068명 중 2,950명(96.2%), 레지던트는 1만463명 중 4,698명(44.9%)이 각각 사직 처리됐다.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이 사직 처리 현황을 제출한 결과인데, 미제출 병원은 대부분 기존 전공의 인원이 10명 남짓으로 적다.
빅5 병원은 사직률이 90% 내외로, 소속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 처리됐다. 사직자 수는 서울성모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중앙의료원 881명(91.8%), 서울대병원 739명(91.7%), 세브란스병원 634명(93.6%), 서울아산병원 520명(89.2%), 삼성서울병원 505명(94.0%)이다.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자는 전날 기준 1,151명(레지던트 1,041명, 인턴 110명)으로 집계됐다. 출근율(복귀율)로 환산하면 8.4% 수준이다. 전공의 총정원 가운데 사직자와 출근자 수를 제외하면 4,700여 명이 남는데, 대부분 스스로 사직 의사도 복귀 의사도 밝히지 않았고 소속 병원은 사직 처리를 하지 않은 이들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무더기 사직 처리된 만큼 의료 정상화를 위해선 하반기 추가 모집을 통해 결원을 채워야 한다.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서 신청한 추가 모집 인원이 7,707명(레지던트 5,150명, 인턴 2,557명)이다. 모집하려는 인원이 사직자보다 많은 건 원래부터 결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19일까지 신청 인원 검증 절차를 거쳐 22일 모집 공고를 낸다는 방침이다. 지원자는 다음 달 필기·실기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 9월 1일부터 해당 병원에 출근하게 된다.
다만 추가 모집에 전공의들이 얼마나 지원할지는 의문이다. 전공의 사직 허용 및 복귀자 행정처분 면제(6월 4일),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행정처분 면제(7월 8일) 등 전공의들을 수련병원으로 복귀시키려는 정부 유화책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하반기 추가 모집에 전공의가 얼마나 지원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가 많았던 대형 병원들이 사직자를 채우기에 한참 모자라는 모집인원을 신청한 것도 인력 공백 해소의 걸림돌이다. 빅5 병원 중에서는 서울대병원은 사직 인원의 25.8%에 불과한 191명을 신청했고 서울아산병원 신청 인원(423명)도 사직 인원의 81.3%에 머물렀다. 이들 병원에서는 전공의 제자의 자리를 없애는 데 대한 교수들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지역 대학병원 중에서는 부산대병원의 신청 인원이 사직자 대비 1.6%, 전남대병원 24.5%, 경북대병원 39.0%, 전북대병원 30.4%에 각각 그쳤다. 지역 병원의 경우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면 수도권 병원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날 총회를 연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정부와 수련병원들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방침에 반발했다. 단체는 "전공의 결원 보고 마감일인 17일을 기점으로 전국 수련병원에서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을 일괄 사직 처리했다"며 "이에 따른 전공의 결원을 하반기 모집으로 '갈라치기' 하려는 정부의 꼼수는 결국 지역·필수의료 몰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