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중국의 중장기 경제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18일 폐막했다. 당 지도부는 '고품질 발전'으로 2035년까지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확인했다. 내수 경제 침체 등으로 올해 목표인 '5% 안팎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 속에 획기적인 경기 부양책은 없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15일부터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나흘간 열린 3중전회를 이날 마치면서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을 통과시켰다. 앞서 개막일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정치국을 대표해 이 결정문의 초안을 설명했다.
'고품질 발전(高质量发展)'은 이번 3중전회를 관통하는 표현이다. 전체 결정문에서 총 6번 등장하는데,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처음 언급한 '신품질 생산력'과 궤를 함께한다. 결정문은 "고품질의 발전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종합적으로 건설하는 기본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강력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대량 생산 체제를 극복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신에너지 등 첨단 기술 역량 중심의 경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한 셈이다.
결정문은 중국 경제 침체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부진, 지방정부 부채, 중소 금융기관 등의 위험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언급했다. 대외개방은 중국식 현대화의 뚜렷한 상징이라고도 강조했다. 앞으로도 거대 시장을 바탕으로 국제협력을 확대하고 높은 수준의 개방경제를 건설하겠다고도 결의했다. 결정문에 포함된 내용은 건국 80주년인 2029년까지 달성하고, 2035년에는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못 박았다.
5년 주기로 열리는 3중전회는 중국의 정치·경제 청사진을 확정하는 자리여서 가장 주목되는 회의 중 하나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1978년 11기 3중전회는 중국의 현재를 만든 역사적 순간으로 회자된다. 특히 이번 3중전회가 개막한 날 시장 전망치(5.1%)를 훨씬 밑도는 2분기 경제성장률(4.7%)이 발표되면서, 당 지도부가 어떤 구상을 내놓을지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구체적 해법이 빠진 모호한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것이 외신의 대체적인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문가를 인용해 "'고품질 발전'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은 성장의 양을 촉진하기 위한 확장적 정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놀라운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 위험을 예방·해결하는 과제를 다뤘다"고 짚었다.
회의 직후 나온 결정문도 당의 의지를 강조하는 선언에 가깝다. 통상적으로 당 중앙위원회는 사흘 뒤 시 주석의 설명 등을 포함한 더 자세한 보고서를 내놓는다. 또 결정문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정책은 이달 말 열리는 중국 최고위급 정책 결정 기구인 정치국 회의에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회의에서 올해 5% 안팎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한 단기 부양책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번 3중전회에서는 인사 조치도 이뤄졌다. 당은 이날 친강 전 외교부장(장관)의 사직서를 수락하고 그를 중앙위원에서 면직했다. 중국의 '전랑(늑대) 외교'를 상징하는 친 전 부장은 2022년 말 외교부장에 발탁됐지만, 지난해 6월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방송국 아나운서와의 불륜, 기밀 유출설 등이 거론돼 왔으나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군 현대화 작업의 핵심인 인민해방군 로켓군사령부의 부패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리상푸 전 국방부장과 리위차오 전 로켓군 사령원은 당적이 박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