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중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로 고통받은 것을 뻔히 봤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뻔뻔스럽게 공개적인 자리에 PPT(파워포인트)까지 띄우고 (좌파·우파 연예인을) 발표할 수 있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미화씨가 18일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언론탄압 국회 증언대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후 10년 넘게 ‘좌파 연예인’이라는 공격에 시달려왔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연예인을 좌파와 우파로 나눈 강의를 한 사실이 최근 공개됐다. 그는 2022년 12월 자유민주당이 주최한 강의에서 “연예계도 아시죠?”라며 PPT로 만든 좌파·우파 연예인 명단을 공개했다. 이 후보자는 이 명단에 김제동·김미화·강성범·정우성 등을 좌파 연예인으로, 나훈아·김흥국·강원래·소유진 등을 우파 연예인으로 분류했다.
김미화씨는 “내가 (이 후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큰 비용을 물어야 한다”며 “나는 6, 7년 동안 ‘좌파·종북’이라는 용어로 법정 다툼을 했고 ‘대중예술인에게 함부로 좌파·종북 딱지를 붙이지 말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1950년 조지프 매카시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의회에도, 대중예술계에도 빨갱이가 많다”고 주장하며 촉발시킨 반공산주의 열풍을 언급하며 “당시 할리우드의 많은 연기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찰리 채플린도 수십 년간 고통을 당했다”며 “이 후보자는 어떻게 그렇게 낡은 (구태를 반복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참석했다. 2014년 MBC의 세월호 탑승자 전원 구조 오보와 유족 폄훼 보도 당시 이 후보자는 보도본부장이었으며, 최근엔 이태원 참사가 기획됐다는 주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2014년 MBC는 (유족이 받을) 보험금을 계산한 보도, 유가족을 작전세력과 깡패로 몰아붙인 보도, (유족인) 유민아빠 사생활을 파헤친 보도 등 정권의 입맛에 따른 세월호 참사 왜곡 보도를 했다”며 “이 보도 뒤에는 이진숙 후보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되면 방송사들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방통위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윤석열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로 꾸리고 경영진도 모두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당시 보도를 제일 잘한 곳이 KBS였지만 사장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지금은 하나도 보도하지 않고, YTN도 민영화 후 우리 곁을 떠났다”며 “언론이 다 떠나면 소시민이나 사회적 약자들은 대체 어디에 의지를 하고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4, 25일 열린다. 장관급인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는 그동안 하루만 열렸고, 이틀 동안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