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간판스타인 소리꾼 김준수(33)는 2013년 창극단에 최연소로 입단한 이후 줄곧 '국악계 아이돌' '국악 프린스'로 불렸다. 지난 11년간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 창극뿐 아니라 뮤지컬과 대중음악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그의 인기는 진짜 아이돌급이 됐다.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이달 26, 27일 열리는 그의 첫 단독 콘서트 '창(唱): 꿈꾸다'는 티켓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준수는 국립극장 여름 대표 음악축제 ‘2024 여우락 페스티벌' 폐막작인 이 공연에 대해 "내 음악적 지향을 관객에게 선언하는 자리"라며 "내 정체성은 소리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준수의 이번 공연은 일종의 '창극 갈라'다. 국립창극단 출연작 중 '리어' '트로이의 여인들' '베니스의 상인들'에서 발췌한 소리 대목과 방송에서 선보였던 음악, 민요로 구성했다. 그는 "창극에 창이 있는데 작품이나 캐릭터로만 기억되는 게 안타까웠다"며 "앞으로는 창극의 노래도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준수는 초등학교 때 막연히 좋아서 판소리를 시작했다. 또래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시큰둥해하는 것을 보면서 판소리를 더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국악과 대중의 가교 역할"을 목표로 뮤지컬, 대중음악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다양하게 편곡한 대중음악을 소화했지만 늘 우리 소리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고 했다. 제목 '창(唱): 꿈꾸다'에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오늘의 판소리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는 "인기가 아무리 높아져도 내 정체성은 판소리"며 "이번 공연이 단발성이 아닌 뮤지컬이나 오페라 갈라처럼 새로운 공연 형태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입단 첫해 창극 '서편제'의 어린 동호 역으로 첫 주연을 맡은 뒤 주역 창극 배우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창극의 급진적 변화 시기에 입단한 것을 행운으로 여기지만 한때 울렁증을 느낄 정도로 연기가 쉽지 않았다.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3학년 재학 중에 창극단에 입단한 뒤 창극단 활동을 하면서 중앙대 연극영화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배우로서 즐거움을 느끼면서 요즘은 판소리뿐 아니라 연기력으로도 호평받는다. 올봄 '리어'에서는 노역인 리어왕을 맡았고, '트로이의 여인들' '패왕별희' '내 이름은 사방지' '살로메'에서는 여성 배역을 소화했다. 2019년과 지난해 공연된 '패왕별희'의 우희 연기에 대해서는 대만 연출가 우싱궈가 중국의 전설적 경극 배우 메이란팡(매란방)에 비유하며 찬사를 보냈다. 김준수는 "입단 후 5, 6년간은 눈물을 흘리며 캐릭터를 연구했고 많이 혼나기도 했다"며 "도전이자 숙제 같았던 다양한 역할을 해내면서 앞으로 못할 게 없다는 도전 욕구와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박수무당 역할도 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예술에 '이만하면 됐다'라는 건 없잖아요. 소리꾼이 자주 질문받는 '득음'이라는 단계도 보이지 않는 지점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며 성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게는 그래서 소리가 더 어렵고 신나고 설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