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오는 21일 개시하기로 예정해 뒀던 후보 지명 절차를 연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내 사퇴 압박이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바이든 대통령의 델라웨어 자택에서 비공개 독대를 하며 "경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과 민주당, 나라 전체에 더 낫다"며 후보직 사퇴를 권유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바이든에게 유사한 견해를 전달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총 21명(하원 20명, 상원 1명)이다. 전체 의석의 10%에도 미치지 않지만, 상·하원 원내대표 2명이 대통령에게 직접 후보 사퇴를 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내 여론도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이날 하원 정보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내 거물급 정치인 애덤 시프 하원의원(캘리포니아)도 사퇴 촉구 행렬에 동참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 재고를 표명한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의 측근이기도 하다.
ABC는 "슈머 대표와 제프리스 대표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 "후보 지명 절차가 당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더 많은 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편지가 돌기도 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운영하는 DNC는 당원들의 압박에 당초 21일 시작될 예정이었던 화상 방식 후보 확정 투표를 내달 1일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