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잘 사는 나라"… 영국 노동당 정부, '경제 성장'을 '사명'으로

입력
2024.07.17 21:24
17일 의회 개원식, 찰스 3세 국왕 연설
노동당 정부 구상 첫 발표... '성장' 방점


이달 초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국정 과제 및 입법 계획을 17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의회 개원식에서 진행된 찰스 3세 국왕의 '킹스 스피치'(King’s speech·국왕 연설)를 통해서다. 노동당 정부는 '영국 경제의 성장'을 사명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회 선 국왕 "경제 성장 확보=근본적 사명"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국왕은 17일 웨스터민스터 궁에서 진행된 의회 개원식에서 노동당 정부 구상을 발표했다. 국왕 연설은 의회 회기 시작을 알리는 공식 행사로, 정부가 작성하고 국왕이 발표한다. 노동당 정부가 향후 어떤 정책과 법안에 방점을 찍을 지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자리라 할 수 있다. 이날 국왕 연설을 통해 노동당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법안은 40개다.

연설문은 '경제 성장에 대한 약속'으로 시작했다. '집권 초기 영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노동당 방침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국왕은 "경제 성장은 정부의 근본적인 사명"이라며 "모든 커뮤니티에서 부가 창출되는 것을 우선시하여 최근 제기된 생활비 문제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모든 지역에서 생활 수준이 향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건설 경기 부양,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산업 및 신기술 투자 확대, 역동적 의사 결정 및 맞춤형 성장을 위한 지방 정부 권한 강화 등이 거론됐다. 다만 노동당 정부는 이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예산 감시를 강화하고, 노동자의 권익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법안도 함께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기심 그만... 봉사하는 정부 되겠다"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국경 보안 사령부 설립'이 거론됐다. 노동당이 선거 때부터 공약한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직후 직전 리시 수낵 보수당 정부에서 추진했던 '르완다법'을 사실상 폐기 처분하겠다고 선언하며 이민 정책의 틀을 바꾸는 데 의욕을 보인 바 있다. 르완다법은 영국으로의 망명 희망자를 아프리카 르완다로 사실상 추방한다는 내용이다. 연설문에는 '국가 안보 강화'에 대한 의지도 담겼다. 이를 위해 지역 경찰 권한 및 테러리즘 방지 권한 확대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국민 건강과 관련, 국왕은 영국 공공의료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정상화'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NHS는 진찰, 치료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 대기시간으로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아울러 정부는 정신 건강 인식 향상 및 치료 활성화, 담배 및 전자담배 광고·판매 제한, 에너지 드링크 및 고열량·저영양 식품 판매 제한 등도 입법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원에서 세습 귀족 의석을 폐지하는 법안, 영국 아동의 교육 수준 및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법안 등도 도입될 예정이다.

국왕은 연설에서 "봉사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국가 쇄신이라는 공동의 사명으로 국가를 통합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와 이기심이 봉사보다 우선인 정치의 시대는 끝났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스타머 총리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가디언은 짚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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