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에 전화한 '02-800-7070' 번호 가입자 '대통령경호처'였다

입력
2024.07.17 21:00
4면
지난해 7월 이종섭 장관에 '대통령 경호처'에서 전화 
박균택 민주당 의원 "실제 누가 전화했는지 더 밝혀야"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둘러싼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이 불거진 지난해 7월31일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에게 걸려온 용산 대통령실 내선번호가 ‘대통령 경호처’인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어떤 이유로 이 전 장관에 통화를 시도했는지 진상 규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KT는 17일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보낸 답변자료에서 “(이종섭 전 장관에 전화를 건) 02-800-7070의 고객명은 ‘대통령 경호처’이며 지난해 5월 23일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경호처’로 변경됐다”고 답했다. KT에 따르면 이 번호는 지난 5월29일 해지 후 다시 개통돼 사용중 이다. 주소는 용산 대통령실이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이 번호 발신자와 2분 48초간 통화한 뒤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전화기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 연락해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이날 오후 예정된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태세 전환의 배경으로 용산 대통령실 개입을 의심해 왔다.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도 지난 5일 재판부에 제출한 사실조회 신청서에서 “해당 번호로부터 2023년 7월 31일 이 전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그 이후부터 (해병대 수사단 사건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시작으로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용산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야권에서는 '대통령 경호처'에서 전화를 걸었다면 김용현 경호처장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김 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진급에 실패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중장)으로 전역한 뒤, 윤 대통령 대선 당시 캠프에 합류했다.

야권도 전화번호를 용산 대통령실로 지목했으나, 대통령실은 확인을 거부해 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02-800-7070’이 누구의 전화번호인지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비서실과 안보실 것은 아니며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외부 확인 불가한 기밀 사안’이라고 했었다. ‘비서실’과 ‘안보실’은 아니나, 결국 ‘대통령실 경호처’로 확인된 것이다.

박 의원은 “해당 번호의 가입자 명의는 확인됐지만 실제 그날 누가 사용을 했는지는 더 밝혀봐야 한다”며 “여전히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박준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