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58)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시세조종 과정에 김 위원장의 지시나 관여가 있다고 보아, 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소환조사 8일 만에 강수를 던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는 17일 김 위원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된 인물이 많아 (증거 인멸을 위한) 회유 가능성이 있고, 혐의가 사실이라면 (시세조종) 금액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SM 경영권을 두고 하이브와 경쟁했는데,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주가를 더 올리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와 공모해 2,400억 원을 들여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위원장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했음에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주가가 오르자 하이브는 인수를 포기했고,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 지분을 39.87%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은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같은 달 카카오그룹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8개월 만인 이달 9일 김 위원장을 소환해 21시간에 걸쳐 밤샘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시세조종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는지,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은 지난해 SM 지분 매수에서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용인한 바가 없다"며 "이 건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장내매수였다"고 밝혔다.
검찰은 같은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법인을 먼저 재판에 넘겼다. 배 대표는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가 올 3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배 대표 역시 재판 과정에서 "자본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었고 불법성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22일 결정된다. 서울남부지법은 22일 오후 2시 한정석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한 부장판사는 2017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재직 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