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서 "대선에 올인" "트럼프 거짓말" 공격 재개… 바이든의 배수진

입력
2024.07.17 20:00
12면
경합주 네바다서 완주 의지 피력
보수우위 "대법관 임기 제한 추진"
민주당선 '바이든 사퇴론' 재점화

"나는 모든 걸 다 걸었다(I am all in)!"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완주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뜻밖의 피격 사건으로 재선 가도에 탄력이 붙은 경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도 재개했다. 보수 우위 구도인 대법원의 개혁을 예고하는 등 자신의 TV 토론 참패로 '이탈 조짐'을 보이는 진보 진영에 호소하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트럼프 대세론'을 꺾기 위해 겹겹의 배수진을 친 셈인데, 민주당 내 사퇴 요구는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사흘 만에 트럼프 공격 재개

16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경합주(州)인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최대 흑인인권단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행사에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13일) 이후 사흘 만에 다시 공개 유세에 나선 것이다. 그는 자신을 "NAACP의 평생 회원, 조 바이든"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대선 때 지지층이었던 흑인 유권자를 향해 "난 (이번 대선에) 모든 걸 걸었다"고 외치자, 관중은 "4년 더, 4년 더!"를 외치며 화답했다.

총격 사건 이후 멈춘 '트럼프 비판'도 재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는 재임 시절 흑인을 위한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중단했고, 부자 감세를 추구했다"며 "대기업 편인 트럼프와 달리, 나는 억만장자 1,000명에게 부유세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재임기 때 흑인 실업률이 가장 낮았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에는 "거짓말을 하니 다시 말하겠다. 흑인 실업률은 우리 행정부 때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피격' 사건을 언급하며 공화당이 반대하는 총기 규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수 우위 대법원 개혁 예고도

TV 토론 이후 '인지력 저하' 논란이 거세져 당내에서도 '후보직 사퇴 요구'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은 마음이 급하다.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했고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주인공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통의 우군인 진보 세력에 더 적극적인 구애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수 절대 우위 구도(6대 3)인 연방대법원에 대한 개혁마저 시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날 "바이든이 조만간 종신직인 연방대법관의 임기제, 윤리 규정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법관 임기제 도입 취지는 이념적 구성 비율에 따른 '정치적 판결'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판례(1973년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하고,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 위헌 결정을 내리자 민주당 내부에선 '대법원 개혁' 요구가 빗발쳐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진보 진영에 어필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WP는 그러나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은 물론, 민주당이 우위인 상원에서도 신중론이 적지 않아 의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민주당 내 사퇴 압박 재점화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 내 대선 후보 사퇴 요구는 여전하다. 특히 당 지도부가 이달 말까지 그를 대선 후보로 확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 하원의원들이 '반대 연판장'도 돌렸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지도부는 내달 19일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전 화상으로 대의원 호명 투표를 진행,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기로 했다.

연판장을 주도한 재러드 허프먼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DNC 지도부가) 토론을 억누르고 선출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암살 시도 이후 잠시 소강 상태였던 민주당 의원들의 바이든 사퇴 요구 싸움이 재점화했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