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피격 사건 이후 더 커진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관세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블룸버그 인터뷰 중 중국산 제품엔 60~100%, 다른 나라들에도 10% 일률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도 그는 중국 수입품에 60% 관세를 물릴지 묻자 “아니다, 그 이상일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일단 트럼프 후보가 겨냥하고 있는 건 중국이다. 그러나 2018년처럼 미중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무역장벽이 높아질 경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도 불똥을 피하기 힘들다. 미국이 대중 6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성장률이 절반 이상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대중 비중이 여전히 20%에 가까운 우리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경우의 부담도 적잖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2기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다음 표적은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는 인터뷰 중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고 이젠 보조금까지 가져간다”며 "미국에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조금 문제를 트집 잡지 말란 법도 없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전기차 확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현지 공장을 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가 받을 보조금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미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도 요구하고 나섰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라며 “자국 방어를 위해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후보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우리의 경제 안보전략을 재설정하지 않으면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게 된다. 각 분야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트럼프 2기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