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에너지社 합병, '게임체인저'로 부상

입력
2024.07.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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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최근 2년 동안 진행한 인수합병(M&A)에는 두 가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우선 엑손모빌이 셰일오일 시추업체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를 인수(595억 달러)한 것이나, 셰브론이 석유탐사기업인 '헤스 코퍼레이션'을 인수(530억 달러)한 것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목적이다. 동시에 엑손모빌은 CCS(탄소포집 및 저장) 기업인 '덴버리'를 49억 달러에, 셰브론은 지속가능한 연료 생산업체인 '리뉴어블 에너지그룹'을 31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탈탄소화, 디지털화, 그리고 전기화(Electrification)라는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이런 슈퍼 메이저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대한 방향성과 속도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몸집 키우기를 통한 투자 재원 확보와 친환경 저탄소라는 방향성은 가야 할 길이고 정해진 미래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7월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을 선언했다. 이번 합병은 슈퍼 메이저들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자산 100조 원, 매출 90조 원 규모의 아태지역 최대 민간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한순간에 올라설 뿐 아니라 투자재원 역시 커진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원유정제, 석유화학, 배터리 사업과 SK E&S의 LNG, 도시가스, 수소,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결합하면서 에너지 밸류체인이 강화되는 것도 기대 효과다. 원가 경쟁력과 함께 저탄소 에너지 솔루션 비즈니스를 선도할 확고한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전기화(Electrification)로의 전환에서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부터 충전 인프라 등 전기차 생태계는 물론, 산업용 전력 생산 및 공급까지 아우르는 유일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통합 운영, 스마트 그리드 구축 등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에너지 수급난과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다각화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되면 에너지 시장에서 급격한 변동성이 오더라도 국가 차원의 대응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조직 통합,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규제 대응 등의 도전 과제도 있다. 기존 사업과 신규사업 간의 이해관계 상충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들을 민관이 협력해 성공적으로 극복한다면, 이번 합병은 미래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이번 합병을 주목하는 이유다.


이종수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