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언제쯤"… 프랑스 정부, '공백 아닌 공백' 모드로 전환

입력
2024.07.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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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총리 사의 수용... 총선 패배 9일 만
"당분간 일상 업무"... 임시 정부 체제 전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사의를 16일(현지시간) 수용했다. 지난 7일 조기 총선에서 범여권이 1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9일 만이다. 아탈 총리가 꾸린 내각 인사들도 함께 물러난다.

그러나 공백을 누가 채울지는 미지수다. '여당을 중심으로 연합을 구성하자'는 마크롱 대통령 제안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선거에서 1당을 차지한 뒤 총리 배출을 자신했던 좌파연합은 권한 배분을 두고 한창 내분 중이기 때문이다. 아탈 총리와 장관들이 당분간 '형식적 역할'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 정부, 새 정부 꾸릴 때까지 '제한적 업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이 아탈 총리의 사임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성명 발표 전에는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당장 내각이 해체된 것은 아니다. 엘리제궁은 "새 정부 출범 전까지는 아탈 총리가 현 정부 구성원들과 함께 일상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란 임시 정부를 뜻한다. 공식적으로는 '정부 공백 상태'이긴 하나, 국가 및 서비스 연속성 보장 측면에서 필수적 기능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임시 정부의 업무 영역·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률은 없다. 새로운 조치를 도입하거나 기존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면 안 되는, 곧 '정치적 행위'를 취하지는 않는 기구로 간주되고 있다.

새 정부가 언제쯤 들어설지는 미지수다. 아탈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특히 파리올림픽(7월 26일~8월 11일) 기간에 국가의 연속성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미진한 중도·좌파 분열에 차기 총리 '안갯속'

임시 정부 체제로 전환한 마크롱 대통령의 의도는 범여권 '앙상블' 중심의 연립정부 구성에 필요한 시간을 좀 더 벌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0일 '좌우 양극단을 제외한 중도 진영에서 총리를 임명할 수 있도록 공화국 세력이 힘을 모아 달라'고 촉구했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 16일에도 그는 "공화국 세력이 프랑스 국민을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18일 하원 개원 이후에도 기존 정부를 그대로 둘 순 없다는 판단 역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좌파 4개 정당으로 구성된 신민중전선(NFP)은 '누구를 총리 후보로 세울 것이냐'를 두고 벌어진 내부 갈등 탓에 마크롱 대통령 행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 극좌 성향인 '굴복하지 않는프랑스(LFI)'와 온건 좌파인 사회당이 서로의 후보에 나란히 퇴짜를 놓으면서 분열은 깊어졌다. 사회당은 레위니옹 도지사 위케트 벨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LFI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프랑스 협상 대표였던 로랑스 튀비아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