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트럼프 트레이딩' 영향으로 한국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2분기 상장사 실적 발표 전까지 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0.8% 하락한 2,843.29에 장을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짐에 따라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인 트럼프 트레이딩이 피격 사건 이후 사흘째 지속됐다.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된 건설, 조선, 남북경협 테마 강세는 지속됐지만, 2차전지1, 반도체는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이날은 반도체가 맥을 추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대만 TSMC에 지급하는 반도체 보조금을 문제 삼았는데, 이는 국내 반도체주의 악재로도 여겨졌기 때문이다. TSMC가 2% 이상 하락하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도 5.4%, 1.1%씩 미끄러졌다.
반면 간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작년 6월 2일(2.1%) 이후 가장 큰 1.9% 급등하며 이틀 연속 신고가를 썼다. 6월 미국 소매판매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0%의 보합권을 나타내자, '경기가 금리를 내리기 좋은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결과다. 이날 미국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100%로 집계됐다.
같은 이유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거래일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제 금값은 온스(28g)당 2,467.8달러로 5월 20일 이후 두 달 만에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금은 달러 대체재로 인식돼 금리가 내릴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 재정적자 및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할 것이라는 인식이 '안전자산' 금의 가치를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상승하던 비트코인은 금리인하 기대감까지 겹치자 글로벌 시장에서 6만6,000달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9,200만 원을 장중 돌파했다.
모든 자산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 속 국내 증시 소외 현상은 15~18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직후 (2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함에 따라 빅테크와 실적주로의 로테이션(시장 관심 이동)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반등 여부는 이달 말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주의 실적에 좌우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