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소송'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증여세 부과되나

입력
2024.07.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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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장 후보자 "시효 남아 있으면 과세"
공소시효 지나 국고 환수 어렵지만
증여세 과세 가능성 열려 있어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7일 국세청‧국회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 시절 조성된 미확인 자금의 과세 여부에 대해 “시효가 남아 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5월 노 관장 측은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노 전 대통령 배우자이자, 모친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1년 선경(SK그룹 전신)에 300억 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해당 금액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봤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4,0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건 2,700억 원 안팎이다. 해당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돼도 공소시효 등이 지나 국고 환수는 어렵지만, 증여세 부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에게 흘러 들어간 비자금에 대해 뒤늦게 증여세(41억 원)가 부과된 선례도 있다.

국세기본법의 국세 부과제척기간 내용을 보면, 과세관청은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해당 조항은 상속‧증여 금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적용된다. 국세청이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인지한 시점인 5월 2심 판결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간주할 경우 과세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직 조사에 착수한 건 아니나 국세기본법을 보면 과세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려면 해당 재산이 제3자 명의의 차명재산이었거나, 국외에 있는 자산이었다는 점 등 추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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