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정치를 위해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개헌안은 어떤 것일까. 큰 줄기는 이렇다.
우선 득표율에 비례해 국회 의석을 배분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핵심이다. 여기다 완전 경선제로 후보를 뽑아야 한다. 당내 민주주의가 보장돼야 개별 의원의 자율성이 살아난다. 여기엔 내각제가 잘 어울리지만 "아쉽게도 이제껏 시행된 여러 조사에서 여전히 대통령제 지지가 높은 이상" 우회로를 택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의 힘을 빼 분권형 대통령제를 해야 한다.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과반 대통령을 만들어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되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복수로 추천케 하고 장관에 대해선 임명동의제를, 그리고 국무회의를 의결기구화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실보다 장관과 내각에 좀 더 힘이 실리게 된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가 아니라 국무회의에 TV중계 카메라가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서 박 교수는 "국가권력이 분권화돼야 사회도 분권화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슨 얘기일까. 강한 대통령이 있으면 재벌, 금융, 종교, 대학 등 각 분야 또한 그에 대응하는 카운터 파트를 만들어 내야 한다. 바꿔 말해 우리 사회의 목표 중 하나가 전반적인 분권화라면, 가장 먼저 대통령의 권력이 분권화돼야 한다.
셋째, 국회의 대표성 강화를 위해 상원을 만든다. 박 교수는 '상원-하원'보다 '국가원-국민원' 혹은 '공화원-민주원'이란 표현을 썼다. 인구 대표가 국민원이자 민주원이라면, 국가원 혹은 공화원은 영토 대표다. "지역소멸 문제가 첨예한데 지금 같은 구조로는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수도권이 모든 정책을 결정하게 되는" 단점을 막자는 것이다.
넷째, 같은 차원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500~800석으로 늘린다. OECD 평균은 인구 6만 명당 의원 1명인데 우린 16만~18만 명당 1명꼴이다. 반면 세비는 OECD 평균보다 40~60% 많다. 의원 수는 늘리되 세비와 보좌관을 확 줄이면 돈을 더 들이지 않아도 된다. 국회의원 밉다고 국회를 축소하는 건 해법이 아니다. 박 교수는 "의석수를 대폭 늘리되 특권은 줄여야 개별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의 목소리가 더 잘 반영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의 개헌안은 '대통령은 권한 약화,국회의원은 특권 약화'다. 권력의 아드레날린에 죽고 사는 정치인들이 여기에 동의할까. 고양이더러 제 목에다 방울 달아보라는 얘기는 아닐까. "정치권 안팎에 뜻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 목소리를 자꾸 하나로 묶어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