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를 절감하는 때다. 폭우와 폭염이 동네 경계를 두고 동시에 온다. 특히 온몸 위로 끈적끈적 눌어붙는 무더위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선선해지는 저녁 시간 집 근처 하천변 산책로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가족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귀여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짧은 시간이지만 저녁 산책로에서 보는 풍경은 평화롭고 여유롭다.
산책로를 달리다 보면 다양한 모습의 반려견들과 마주친다. 정말 반려동물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도 실감한다. 반면, 공원 등에서 사람과 동물이 섞여 움직이고 부대끼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저녁 산책로 위의 여유가 '잠시 멈춤'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같이 산책하던 반려견 때문에 견주와 행인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사회화 훈련이 덜된 반려견 사이에 원초적인 소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내 주변의 반려견 견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반려견을 데리고 마음 편히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반려견과 여유로운 산책과 여행, 여가생활을 위해서 반려동물 전용 공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사적 영역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반려동물 연관 산업들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공적 영역에서도 국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여론조사 등을 보면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처럼 여가문화를 즐기기 위한 반려동물 전용 공원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늘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 사체 처리에 대한 불법 매장 등 사회적 문제 때문에 반려동물 공공 화장시설 설치가 각 지자체의 현안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시는 경기 연천군과 협약하여 비반려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핑장, 반려견 놀이터 등으로 구성된 반려동물 테마파크와 추모관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공공 반려동물 공원이나 화장시설 조성과 관련하여서는 해당 시설의 유치를 반대하는 '님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의 님비현상을 극복하고 공공시설을 유치한 사례는 많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극적인 설득과 의견수렴, 지역주민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이루어 냈다.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노력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과정이다. 우리 모두 공존을 위한 지혜를 모아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