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이윤" vs "학생 주거권"...인하대 기숙사 확충 갈등

입력
2024.07.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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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1794명 수용 기숙사 건립 추진
기숙사 수용률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쳐
시민단체 "지자체 갈등 해결 나서야"

인하대가 기숙사 확충을 추진하자 인근 빌라·오피스텔 등 원룸 소유주들이 반발하면서 학생들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17일 인하대에 따르면 대학 측은 인천 미추홀구 캠퍼스에 연면적 3만3,660㎡, 지하 1층·지상 15층 규모의 행복기숙사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총사업비 862억 원을 조달해 기숙사를 지어 대학에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30년 동안 운영 수익을 갖는 방식이다. 이 기숙사는 2인실 892실과 장애인실 10실 등 모두 902실에 1,794명을 수용하는 규모로, 내년 1월 착공해 2027년 3월 개관하는 게 목표다. 재학생이 1만9,131명에 달하는 인하대는 현재 기숙사(생활관) 3곳을 운영 중이다. 645실에 2,406명을 수용, 수용률은 12.6%로, 전국 평균(23.5%)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1, 2생활관 경우 각각 2000년과 2005년에 준공돼 리모델링도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대학 주변 원룸 소유주들은 기숙사가 추가로 들어서면 원룸 공실률이 높아지고 상권도 침체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일부 소유주들은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원룸과 상가가 밀집한 대학 후문에 '후문 상권 생존권 위협! 행복기숙사 철회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집단행동에 나설 채비다.

반면 학생들은 기숙사 입사 경쟁이 치열한 데다 대학 주변 원룸 월세 부담도 커 기숙사 추가 건립은 필수라고 주장한다. 인하대 기숙사비는 월 22만~33만 원 수준이지만 주변 원룸 월세는 30만~50만 원대이고 별도로 관리비도 내야 한다. 인하대생 이연경(23)씨는 "기숙사가 부족해 편도 2시간 이상 걸려 통학하는 친구들이 있다"며 "학교 주변 월세도 계속 올라 월세를 구하는 지역도 점점 멀어지는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고 기숙사 확충 계획을 반겼다.

갈등이 표면화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활동명) 위원장은 "기숙사와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다 보니 청년들이 열악하거나 값비싼 주거환경이나 전세사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며 "청년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소득 보장 수단으로 전락해 주거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지자체가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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