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16일 열린 3차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 전원이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가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 여사의 현시점 사과 필요성을 묻는 사회자 질문에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가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4월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김 여사는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문자를 보내 '대국민 사과가 필요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런 사실이 최근 공개되며 한 후보의 '문자 무시' 논란이 불거졌지만, 지금까지도 김 여사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여사의 사과 의사에 진정성이 떨어졌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한 후보는 "국민들이 그걸 바라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미 사과를 하신 상태"라며 "1월부터 말씀드렸고 관철되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저희가 털어버리고 간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도 "영부인 본인께서 억울한 게 많을 거라고 짐작이 되지만 영부인이라면 국민을 먼저 생각해서 사과하면 국민들도 마음을 열게 될 것"이라고 했고, 윤 후보는 "조만간 검찰 조사 과정을 통해 김 여사의 입장, 사과 이런 것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답했다.
주도권 토론에서는 댓글부대 운영 의혹 등 한 후보를 향한 검증 공세가 집중됐다.
윤 후보는 탈당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한 후보의 여론조성팀(댓글부대) 운영 의혹을 언급하며 “사법리스크가 있으면 당대표 임무 수행이 여러 가지로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 문제로 특검을 요구할 것 같다”고 했다.
한 후보는 “시민의 자발적 댓글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제가 시켰을 것이라는 말이 안 되는 논리로 (특검은) 100번 하든 1,000번 하든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다 하다 민주당 양문석의 논리와 한편을 먹고 같은 당을 공격하느냐”고도 반문했다.
장 전 최고위원이 한 후보를 향해 ‘나를 고소해서 사실 관계를 밝히자’고 요구하는 것에는 “당내 선거에서 고소·고발은 적절치 않다”고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원희룡 후보가 나에게 한 거짓말도 고소·고발을 안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채 상병 특별검사법안 조건부 수용 방침을 파고들었다. 한 후보를 ‘황태자’라고 지칭하며 “40대 법무부 장관에 바로 연이어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까지 대통령과의 관계로 여기까지 왔다”며 “정치 이전에 신의와 의리가 있어야 하는데 마치 항아리에서 곶감만 빼먹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거듭 부각한 것이다. 한 후보는 “채 상병 특검 부분은 충분히 저희가 국민들께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실기한 면이 있다”며 “민심을 감안해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나 후보는 전날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일어난 당원들 간 폭력 사태를 언급하며 “한 후보의 출마 자체가 당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와 대통령과의 관계가 이미 파탄이 났다"고도 지적했다.
한 후보는 청년층이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들로 반격했다. 원 후보를 상대로는 2005년 공동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으로 다수 중국인들이 국내 투표권을 갖게 된 사실을 지적하며 발의 경위를 캐물었다. 원 후보는 “재일교포를 의식해서 발의한 법인데 지적하신 점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법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 후보를 향해서는 일부 2030세대 남성들이 반발하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 법안을 2018년 발의한 배경을 추궁했다. 비동의 간음죄 법안은 강간의 성립 기준을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과 성관계를 하는 행위'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 후보는 “20대 남성들의 관심 주제”라면서 “당시 안희정 사건과 관련해 발의했지만 오히려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며 입장을 바꿨다고 답했다.
총선을 앞두고 막말 논란으로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돼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도태우 변호사와 장 전 최고위원을 복당시켜야 하느냐는 윤 후보의 질문에는 답변이 엇갈렸다. 나경원, 원희룡 후보는 복당에 찬성했다. 반면 한 후보는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분들에 대해 어떻게 복당을 하는지에 대해 당의 절차가 있다"며 "절차대로 따라야 한다"고 온도 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탈당 후 다른 당이나 무소속 후보로 공직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복당하려면 최고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