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가 지구의 '시간'마저 바꾸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난화가 지구 자전 속도에 영향을 주고, 이 때문에 변화한 시간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적잖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 연구진은 15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2000년 이후 100년간 하루의 길이가 1.33ms(밀리초·1,000분의 1초)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기후변화 탓이라고 봤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에서 녹은 물이 적도 부근의 해수를 늘리고, 이에 부피가 커진 지구의 자전 속도도 느려진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20세기(1901~2000년)만 해도 100년 동안 하루의 길이가 0.3~1.0ms 늘었으나, 21세기 들어선 빙하의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시간 변화도 더 급격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사실상 인간이 감지하기 힘든 시간의 단위지만, 일상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밀리초 수준까지 감안하는 위성항법장치(GPS)의 정확성이 틀어지고, 통신망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거래와 교통 등과 관련한 여러 산업도 여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연구를 이끈 베네딕트 소야 취리히 연방공과대 교수는 "정확한 타이밍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데이터 센터에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결국 인간의 손에 달려 있는 문제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을 통해 온난화를 억제하지 못하면 2100년까지 하루의 길이도 100년간 2.6ms 늘어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소야 교수는 "빙하가 녹는 속도는 수십억 년 동안 지구의 자전을 설명해 온 달의 자연적 영향을 능가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