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악질 일삼는 사이버 레커의 폭주… “사회적 감시기구 검토할 때”

입력
2024.07.17 04:30
[쯔양 협박 사태로 본 유튜브 규제]
유튜브 수익창출 금지는 그저 미봉책
방송법 적용 안 돼 법으론 규제 불가
"사회적 합의 반영한 공적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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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 협박 의혹을 계기로, 이슈마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 선정적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들의 폐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급기야 유튜브 측에서 "이들의 수익 창출을 중단하겠다"며 나섰지만, 사기업의 임시 조치만으로 유사 사례를 막기 어렵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일부 연령층에선 유튜브가 신문·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보다 훨씬 높은 파급력을 가진 만큼, 유튜브 콘텐츠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유튜브 차원의 제재는?

16일 유튜브는 "저희 플랫폼 밖에서 유튜브 커뮤니티에 해가 되는 행동으로 크리에이터(창작자) 책임 정책을 위반한 카라큘라(본명 이세욱), 전국진, 구제역(본명 이준희) 채널의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이 조치에 따라 이들이 만든 채널들은 유튜브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

유튜브 조치의 근거는 '크리에이터의 책임에 관한 정책'이다. 업로드한 콘텐츠 외에 플랫폼 안팎에서 창작자가 △타인에게 악의적으로 해를 입히는 경우 △학대 또는 폭력에 가담할 때 △잔혹성을 보이는 경우 △사기 또는 기만행위에 참여해 실질적으로 해를 입히는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

이를 통해 유튜브는 광고 사용을 중지하거나 파트너 프로그램 참여를 정지할 수 있고, 스튜디오 콘텐츠 관리자에 대한 접근 권한을 중단하거나 동영상이 홈페이지 인기탭 또는 맞춤 동영상으로 표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단,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비슷한 위반사실이 없다면 계정이 다시 복구될 수 있다.


유튜브 제재는 미봉책

그러나 유튜브의 이런 제재만으론 사이버 레커가 악성 콘텐츠를 생산·유통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해당 계정이 정지되어도 언제든 다른 계정을 만들어 활동할 수 있고, 문제의 영상이 다른 유튜버들을 통해 확대 재생산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유현재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AI) 레커가 나온다면 유해영상이 훨씬 더 많이 양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의 방송 자체를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도 없다. 공공재인 전파를 쓰는 방송의 경우, 사업자가 내부 심의기구를 두도록 의무를 부여하거나 공익을 해치면 방송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유튜브는 방송이 아니어서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이창현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유튜브에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장치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영향력이 커진 만큼, 현재는 방송에 집중된 사회적 책임과 규제를 유튜브에도 적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나친 규제는 검열이 될 수도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규제의 필요성과 그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형법, 민사법, 언론 등 전문가들이 모여 영역별로 조항을 만들고 이를 어길 때 어떤 불이익을 줄지를 법제화해야 한다"며 "독일은 200만 이상의 이용자를 가진 플랫폼에서 혐오 관련 콘텐츠가 발견되면 국가가 요청할 경우 24시간 내로 조치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어기면 과징금이 부과된다"고 소개했다.

자칫 규제가 검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외적인 영역에서의 거버넌스(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수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하면 표현이 억압되고, 유튜브에 자율적으로 맡기면 시늉만 하게 될 것"이라며 "여러 시민이 모여 사회적 기구를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이버 레커 논란이 온라인상의 규제 신설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는 반론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규제만 강조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며 "플랫폼들은 현재 이용자와 내용 규제에 대한 약관을 맺고 운영하고 있는데, 플랫폼에 책임을 더욱 요구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