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트럼프 대세론... 총격서 살아남더니 '사법 리스크'도 덜었다

입력
2024.07.16 22:00
공화 전대 첫날 '기밀 유출' 공소 기각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 "특검 임명 문제"
언론 "혐의 뚜렷"... 판사 비판 잇따라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하고도 극적인 생존 드라마를 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 일부를 털어내는 '법정 드라마'도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건 유출 사건'을 담당해 온 재판부가 때마침 공소 자체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논란, 피격 당시 보인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 등에 힘입어 재선 가도에 탄력을 받은 그는 이제 자신을 옭아맸던 법적 부담까지 줄이면서 '트럼프 대세론'에 날개를 달게 됐다.

'기밀 문건 유출' 1심, 재판 없이 트럼프 주장 수용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건 유출 사건' 담당 재판부인 플로리다 남부법원의 에일린 캐넌 연방판사는 이날 93쪽 분량의 명령서에서 "공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공소 기각은 절차상 문제 등으로 본안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유무죄 판단도 없이 형사 재판 자체를 끝내는 것이다.

캐넌 판사는 이 사건을 수사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임명됐다고 판단, 공소 제기 자체를 할 자격이 없다고 봤다. "스미스 특검은 상원 인준 없이 임명돼 헌법에 위배된다"고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스미스 특검은 2022년 11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 의해 임명됐다. 캐넌 판사는 이를 두고 "의회의 주요 권한을 실질적으로 빼앗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미스 특검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스미스 특검의 대변인은 "법무장관이 특검을 임명할 수 있다고 인정해 온 사법부의 일관된 결론을 벗어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헌법의 '임명 조항'에 따라 법무장관 등 연방정부 기관장은 상원 동의 없이 '하급 공직자'로 불리는 공무직을 임명할 수 있고, 특검은 통상 이 하급 공직자로 간주돼 온 게 사실이라고 NYT 등은 지적했다.


"트럼프에 유리한 재판" 비판

실제로 미국 언론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의문과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다른 3건과 비교할 때, 기밀문건 유출 사건은 비교적 혐의가 뚜렷해 입증도 용이할 것으로 평가돼 왔기 때문이다. WP는 "캐넌 판사는 많은 법학자가 가장 확실한 법적 근거를 갖췄다고 평가해 온 사건을 기각했다"며 "민감한 국가기밀과 관련됐고, 혐의를 입증할 상당한 증거도 있어 트럼프가 가장 두려워한 사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캐넌 판사가 애초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끔 사법 절차를 진행해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심리에서 법학 교수 및 변호사들이 스미스 특검 임명 절차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것을 '이례적'으로 허용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재판 지연' 전술에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재판 절차는 처음부터 예측 불가능하고 느긋하게 진행돼 왔다"고 꼬집었다. 캐넌 판사는 2020년 11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연방법관으로 임명했던 인물이다.

피격 후 굳어진 대세론에 '날개'까지

암살 시도를 피하며 지지율이 상승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연거푸 호재를 만난 격이 됐다. 특히 법원의 이번 결정은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이었던 이날, 그가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되기 직전에 나와 극적 요소까지 더해졌다. AP통신은 "암살 시도를 극복하고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할 준비를 마친 트럼프에겐 중대한 법적·정치적 승리"라고 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사건은 이 건을 포함해 총 4건이다. 스미스 특검이 공소 기각 결정에 항소해 추후 재판이 열린다 해도, 11월 5일 대선 전에 판결이 나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스미스 특검이 기소했던 '2020년 대선 뒤집기' 사건은 언제 재판이 열릴지도 불확실하다. 결국 시간은 '트럼프의 편'이 된 셈이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