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급여' 막겠다는 고용부, 고용보험법 개정 재추진

입력
2024.07.16 11:30
16일 국무회의서 8개 개정안 심의·의결
5년간 3회 이상 수급시 최대 50% 감액
노동계 "취약 노동자 안전망 위협" 반발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의 급여를 삭감하는 내용으로 고용보험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취약 계층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노동계 비판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고용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법을 포함한 고용부 소관법 개정안 8건을 심의·의결했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후 22대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법안들이다.

'실업급여, 시럽처럼 달달한 공돈'? 논란 재점화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법안과 같은 내용으로, 실업급여 반복 수급을 저지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지급받은 이들에 대해 수급 3회차 10%, 4회차 25%, 5회차 40%, 6회차 이상 50% 등 최대 50%까지 수급액을 깎을 수 있다. 수급 대기 기간도 기존 7일에서 최대 4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 개정안은 '시럽급여' 논란을 촉발하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지난 5월 입법예고 직후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구직급여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생명줄이자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며 입법예고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청년위원회 역시 "청년 10명 중 4명은 평균 1년이 안 돼 실업 상태에 놓인다"며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만들고선 반복 수급자를 부정수급자로 치부하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입법에 반대했다.

고용부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저임금 근로자, 일용근로자 등 노동시장 약자는 반복 수급 횟수에 포함하지 않도록 하고 △반복 수급 횟수는 법 시행 이후 수급하는 경우부터 산정해 수급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비자발적 실업이 잦은 현실에서 실업급여 수급에 제약이 생기는 만큼 노동계 반발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주와 짜고 부정 수급하는 사례도 막는다

근로자와 임금 지급 여력이 없는 사업주가 서로 짜고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입법도 추진된다. 고용부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통해 단기 근속자가 현저히 많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실업급여 보험료(사업주 부담)를 최대 40%까지 추가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역시 2021년 제출한 법안과 동일하다.

이외에도 고용부는 공인노무사 시험에 미성년자도 응시할 수 있게 한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자격 취득 등 결격 사유에서 피한정후견인을 삭제한 고용보험법·평생직업능력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사회적기업 사업보고서 제출 주기를 완화한 사회적기업육성법 개정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구직급여 제도가 본연의 재취업 지원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이고 노동 약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의 합리적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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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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