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와 함께 한때 수학여행 단골 코스였던 경북 포항의 포스코 역사·홍보관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한 달 전 관람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1년 6개월의 긴 공사 끝에 지난 2021년 4월 12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개관하면서 전체 면적이 국제공인축구장(7,140㎡) 4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2만9,027㎡로 규모가 확대됐고, 140분간 긴 관람시간에도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덕분이다. 수변공원과 산책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 작가의 조형물을 설치해 공원을 거닐 듯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인터넷과 모바일로 신청 가능해 절차가 쉬워 개인 관람객이 늘었다. 김대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대외협력그룹장은 “과거에는 수학여행 시즌 단체 관람객이 많았는데 재개관 이후에는 자녀를 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아 피서철에 신청이 몰린다“며 “코로나로 인원을 제한하고 태풍 힌남노 피해로 장기간 휴관했는데도 방문객 수가 매년 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 역사·홍보관은 복합문화공간인 ‘파크1538(Park1538)’로 재개관 후 지난달 말까지 13만6,855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Park1538은 공원이란 뜻의 영어 파크(Park)와 철이 녹을 때 온도 1538도(℃)를 합친 말이다.
Park1538은 코로나가 한창일 때 문을 열어 시간당 최대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하고, 지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많은 비로 침수 피해가 발생해 5개월간 문을 닫았는데도 하루 100명에서 많게는 200명 이상 방문했다. 해마다 피서철인 7월 말~8월 초에는 하루 300명 이상 몰렸다. 올해도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한 달 전 신청이 끝났다. 관람객 정수진(34·포항 장량동)씨는 “Park1538로 바뀌면서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누구나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예약 시스템이 편리해져 아이들과 자주 방문한다”며 “수변공간과 산책로가 있어 공원처럼 쉬어 가며 볼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19년 10월 홍보관 착공과 동시에 기존 역사관 건물과 주변 부지를 정비했다. 역사관 인근 습지에 수양버들, 소나무와 같은 수목과 초화류, 수생식물을 식재해 수변공원으로 변신시키고 역사관을 거쳐 홍보관으로 가는 길에 억새와 푸른 잔디, 계절별 식물을 심어 차오름길 이라는 산책로를 조성했다. 여기에 지름 18m, 천장 높이 10m의 대형 영상관을 갖춘 홍보관은 건물 안팎에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 론 아라드의 철제 조형물과 현대미술의 거장 아니쉬 카푸어의 대형 작품을 설치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Park1538은 140분의 긴 관람시간에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전시 규모나 내용면에서도 유명 박물관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가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은 물론 우리나라 초기 철기문화부터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제철기술 발달사를 보여준다. 또 대형 화면과 다양한 기법으로 제철공정과 제품을 소개한다.
Park1538은 조경과 건물 디자인, 전시 내용까지 충실하게 채운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상을 휩쓸었다. 2021년 10월 대한민국 조경대상 국토부장관상을 수상했고, 굿디자인어워드에서 특허청장상, 세계철강협회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상과 앤어워드의 디지털콘텐츠 그랑프리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포스코는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 설치한 길이 333m의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가 연간 100만 명 이상 방문객들로 인기를 얻자, Park1538과 더불어 두 곳을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가꿔 나갈 계획이다.
천시열 포스코 포항제철소장은 “Park1538을 조성하며 국내 최북단 강원 낙락장송부터 최남단 제주도에서 온 팽나무까지 48종의 수종을 심었다"며 “관람 뿐만 아니라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고품격 문화공간으로 관리하고 철강도시 포항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지역 랜드마크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