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의 우주 연구개발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2029년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에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갈수록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우주 협력이 국제사회의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주목된다.
우주항공청은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우주과학 분야 세계 최대 국제행사인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학술총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1958년 시작된 COSPAR 총회는 우주연구 발전과 협력을 도모하는 행사로, 한국에서 열린 건 처음이다. 60여 개국에서 3,000여 명의 우주 연구자와 기업가가 부산을 찾았고, 팸 멜로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부국장, 리궈핑 중국 국가항천국(CNSA) 수석엔지니어, 구니나카 히토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과학연구소(ISAS) 소장을 비롯한 주요국 우주기관의 핵심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우주기관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한자리에 모여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를 위한 각국의 계획을 공유하고,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다. 아포피스는 한때 지구와 충돌 우려가 제기됐지만,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대신 2029년 4월 정지궤도 위성 고도(3만6,000㎞ 상공)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측된 만큼 학계에는 절호의 탐사 기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넓은 우주공간에서 지름이 1㎞도 안 되는 소행성을 콕 집어 탐사하는 건 매우 도전적인 기술이다. 더구나 남은 기간이 불과 5년이라 탐사 성공을 위해선 국제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만큼 이번 논의를 계기로 한·미·중·일의 협력이 가시화할 거란 기대가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아포피스 탐사를 계획했으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다 우주항공청이 지난 5월 개청과 함께 아포피스 탐사를 주요 임무로 발표하면서 재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박종욱 COSPAR 한국 조직위원장은 "이번 행사에는 예년보다 더 높은 직급의 관계자들이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참석했다"면서 "우주청이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탐사에 COSPAR의 국제협력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행사로 우주항공청은 한국을 대표하는 우주기관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이날 오후 진행된 개막식에서 "올해는 우주청을 개청하는 등 한국 우주 개발에 역사적인 해다. (한국은) 글로벌 우주 연구 증진과 우주 분야에서의 큰 도약을 달성하기 위해 국제 관계를 맺는 데 노력 중"이라며 "(이번 행사는) '우주에서의 팀 정신(Team Spirit in Space)'이라는 주제에 맞게 전 세계 과학자와 연구자에게 함께 일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열린 우주기관 연석회의에서 윤 청장은 미국, 중국,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이탈리아 우주기관 리더들과 각국의 우주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우주개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팸 멜로이 NASA 부국장은 "최근 민간 기업과의 협력이 프로젝트나 실험 등에서 강화되고 있다. 이를 활용해 과학적 발전을 극대화하는 데 기대감이 크다"며 "상업 활동에 대한 규제나 감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한국은 그간 정부 주도로 우주 탐사를 해왔는데, 이제는 민간 기업이 주도하게끔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우주 개발은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여러 나라와 협력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또 윤 청장과 우주항공청의 존 리 임무본부장, 노경원 차장은 나사, JAXA, UAE 우주청, CNSA 등과 고위급 양자회담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을 통해 우주항공청은 우주개발 주요국과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함은 물론, 우주과학·탐사 분야의 새로운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논의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