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로 접어든 삼성전자 파업… 노사 협상 재개 '무소식'

입력
2024.07.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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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기흥캠퍼스에서 독려 집회 계속
8인치 여성노동자들 "육체노동 가혹"
집회 참석 인원은 수백명 규모로 줄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이 15일로 2주 차를 맞았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주에 이어 반도체 공장을 순회하며 파업 동참을 독려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은 여성 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서 반도체 생산라인의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지를 두고 노사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협상 재개를 위한 돌파구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전삼노는 15일 삼성전자 경기 기흥캠퍼스 앞에서 파업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주와 비슷하게 150~200명가량 참여했다. 사측의 보수적 집계로도 3,000명이 집결했던 8일 첫 파업 집회 규모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편이다.

6·7·8라인 "각종 질병"... 사측 "사실무근"

이날 집회에는 8인치 웨이퍼를 생산하는 6·7·8라인 여성 노동자들이 참석해 "가혹한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주로 웨이퍼가 든 상자를 설비에 투입하고, 공정이 끝나면 이를 회수해 다음 설비에 투입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구형 공정으로 분류되는 8인치 웨이퍼는 미세공정을 필요로 하는 12인치 웨이퍼에 비해 생산 자동화 비중이 낮다. 전삼노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서 6·7·8라인을 포함한 반도체 제조공정 여성 노동자들의 참여도가 가장 높다.

전삼노는 여성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로 인해 각종 질병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7라인에 온 이후 퇴행성 관절염을 얻었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 신우신염이 발병했다", "6라인에서 일하면서 손가락에 류머티즘 관절염이 생겼다" 등 구체적 증언을 전했다. 노조는 "이들은 휴게시간, 생리휴가, 연차유급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며 "절대 라인을 비우면 안 되다 보니 40분 안에 교대로 식사하고 바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환경, 근골격계 부담작업 기준 등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라인 근무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근골격계예방 운동센터, 건강증진실도 운영 중"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교대근무자의 휴게 제한, 연차 사용제한 등은 전혀 사실무근인 황당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생산 차질 여부'도 노사 입장차 확연

반도체 생산 차질을 파업 목표로 내세운 전삼노는 실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파업 참여로 인해 6·7·8라인 가동률은 기존 80%에서 18%로 하락했고 주말에는 웨이퍼 투입이 전무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여전히 생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가동률에 대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노조가 주장하는 수준은 전혀 아니다"라며 "주말 웨이퍼도 투입해 라인을 정상적으로 운영했다"고 반박했다.

파업이 2주째로 접어들었지만 노사 협상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전삼노 입장에서는 집회 참여 인원이 급감한 데다가 교섭대표노조 지위가 8월에 종료되는 만큼 노사 협상 지연이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사측은 이날도 "노조와의 대화 재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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