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저주-운명의 서사들

입력
2024.07.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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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 케네디가의 저주



‘티페카누의 저주(Curse of Tippecanoe, 테쿰세의 저주)’는 20으로 나뉘는 해에 당선된 미국 대통령은 임기 중 사망한다는 징크스(jinx)를 가리키는 말이다. 1811년 티페카누 전투에서 전사한 미국 원주민 쇼니족 지도자 테쿰세(Tecumseh)가 남겼다는, “위대한 백인 아버지들(Great White Fathers)의 죽음”의 예언은 그 전투에서 승리한 뒤 1840년 대통령이 된 윌리엄 해리슨이 취임 이듬해 폐렴으로 숨진 것을 시작으로, 1860년 당선자 링컨과 80년의 가필드, 1900년 매킨리, 20년 워런 하딩, 40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60년 존 F. 케네디까지 7차례 잇달아 실현됐다. 하지만 80년의 레이건은 퇴임 후에 숨졌고 2000년의 조지 W. 부시는 지금도 건재하다. 2020년 고령의 조 바이든 당선 직후 저 말이 한때 떠돌았다.

'케네디가의 저주'도 호사가들이 자주 들먹이는 말이다. 저 말은 존 F. 케네디가 암살된 지 9년 만인 1969년 애드워드 '테드' 케네디가 ‘채퍼퀴딕(Chappaquiddick) 교통사고’ 직후 “케네디 일가에 어떤 끔찍한 저주가 걸린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한 뒤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2차대전 참전을 한사코 반대했던 아버지(Joseph Kennedy) 뜻과 달리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한 장남 조 주니어(Joseph Jr.)가 1944년 8월 시험비행 도중 사고로 숨졌고 한 달 뒤 넷째 딸 캐서린의 남편인 영국군 대위 윌리엄 하팅턴이 전사했다. 캐서린 역시 1948년 5월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1999년 7월 16일 역시 비행기 사고로 숨진 존 F.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 지금까지 14명의 케네디가 사람들이 사고나 자살, 약물 남용 등으로 숨졌고 3명이 질병 등으로 장애인이 됐다.
우연을 결정적 사건으로 거듭 활용하는 창작물은 하찮아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그걸 운명으로 합리화하는 게 인간인 모양이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