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입고도 자리에서 일어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 순간을 AP통신 소속 사진기자 에반 부치가 카메라에 담았다. 에반 부치는 202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테랑 사진가다.
이날 총격 발생 당시 에반 부치가 촬영한 현장사진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쌓여 오른쪽 팔을 들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 속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쪽 귀의 부상으로 얼굴에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표정은 결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뒤에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미국의 영웅주의를 고취하는 구도다.
사진은 총격 사건 직후 부상을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피하기 위해 현장을 떠나는 과정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오후 6시 11분쯤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에서 연설을 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성이 들리자마자 오른쪽 귀를 감싼 채 단상 아래로 몸을 숙였다. 약 1분이 지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변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그리고는 지지자들을 향해 팔을 들고 주먹을 움켜쥐며 인사한 뒤 연단에서 내려와 경호 차량에 탑승했다.
외신 보도 등에서 공유된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총성이 울리자 일부 사진기자들은 연단 근처로 뛰어갔다. 에반 부치도 이 틈에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취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연단 아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올려다 보는 각도로 찍혀 있다.
이 사진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표심을 호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엑스(X)에 이 사진을 공유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190만 명이 '좋아요(하트)'를 눌렀다. 누리꾼들은 댓글에서 "현대 미국사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사진" "다시 한번 미국을 위대하게" 등 반응을 쏟아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웅적 사진'을 찍은 에반 부치는 2003년부터 AP통신에서 근무하고 있는 베테랑 사진기자로 알려졌다. 그는 2021년 워싱턴DC에서 벌어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항의 시위를 취재한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사진도 올해 퓰리처상 수상을 예약할 만큼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퓰리처상은 미국의 언론과 문학, 음악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둔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헝가리계 미국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50만 달러의 기금으로 1917년 제정됐다. 특히 언론분야의 권위가 높아 '기자들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