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한경협 회장 "한국 경제의 위기 영어 단어 'OLD'(올드)에 있다"

입력
2024.07.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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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낡고, 생산성 떨어져...산업 구조 정체
"트럼프 당선돼도 기업 어려워지지 않을 것"
"전 세계 기준으로 규제 해소해야"


한국 경제 위기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영어단어 올드(OLD)가 떠올랐습니다.
류진 한경협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12일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OLD'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이 문제 해결에 정부·기업·국민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2023년 8월 한경협 회장에 오른 류 회장은 취임 1주년을 한 달 앞두고 10일부터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한경협 최고경영자(CEO) 제주하계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뜻을 밝혔다.

류 회장은 모두 발언에서 "한국 경제 위기를 말할 때 흔히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을 뜻하는 3고 리스크를 지목한다"며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 문제가 세 가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구조적인 문제는 모두 낡고 오래된 것, 우리의 제도와 인구·산업구조에 있다"며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영어단어 올드(OLD)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회장은 ①O는 아웃데이티드(outdated), 제도가 낡고 유통 기한이 지났다는 것이고 ②L은 로우(low) 출산율과 생산성이 낮다는 의미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③D는 도르먼트(dormant), 산업 구조가 정체됐고 신사업 출현이 더디다라는 뜻으로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이 OLD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류 회장은 L에 해당하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어 열린 질의응답에서 류 회장은 "다른 기업들과 상의하고 나름대로 한경협에서도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직원들과 출산율이 낮은 이유와 해법을 찾아보려고 한다"며 "하루 아침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이민 확대나 입양 장려 문화 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도 "저출생과 고령화 사회 진입은 정부, 기업이 혼자 풀 수 없는 문제"라며 "인공지능(AI) 혁명이 다가와 있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기업은 AI를 적극 도입하는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여서 위기를 돌파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또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도 기업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류 회장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힘을 합치면 트럼프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돼도 당연히 협조적일 것"이라며 "한미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상 되찾기 위해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류 회장은 또 국내 규제에 대해 "미국 등 다른 나라는 기업이 사업을 할 때 규제 없이 시작한 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만든다"며 "우리나라는 규제를 먼저 만들고 발을 묶어버리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가 많지 않냐"고 되물은 뒤 "외국의 규제를 참고해서 전 세계 기준으로 규제를 좀 해소하면 어떻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끝으로 1년 동안 소회를 묻는 질문에 "1년 동안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며 "한경협 직원들이 최근 밝고 보람 있게 일하고 있다고 하는 데 상당히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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