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선 원희룡 나경원 후보가 14일 '상향식 공천' 도입을 주장했다. 경쟁자인 한동훈 후보의 비례대표 사천(私薦)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당권 레이스 초반 잠시 타올랐던 원 후보와 나 후보 간 단일화도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열흘 남짓 남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후보 간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 양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 후보는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겠다"며 "공천권을 당원 여러분께 돌려주고 중앙당은 순수한 의미의 공천 관리만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과 같은 밀실 공천, '듣보잡' 공천, 사천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한 후보를 향한 사천 의혹을 재차 겨냥했다.
나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만들어 더 이상 밀실 공천, 계파 공천이 없게 하겠다"면서 2008년부터 주장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거론했다. 나 후보는 그러면서 "지역 당협위원장 앞에서 대놓고 특정 후보 공천하겠다고 했던 '김경율 사천' 논란도, 지역에서 열심히 밑바닥 다진 당협위원장 몰아내고 유력 인사 공천한 '원희룡 공천'도 제가 당대표가 되면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 한 후보와 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원 후보와 나 후보의 상향식 공천 주장에 한 후보 측은 선을 그었다.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공천 룰과 관련해 전당대회에서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천 문제가 한 후보 사천 의혹을 겨냥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당내 선거이기 때문에 (사천 의혹이) 법적 문제로 비화해 갈등이 증폭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후보와 나 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 우세 흐름이 일관되게 유지되면서, 결국 원 후보와 나 후보 간 연대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당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두 후보도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날 단일화를 묻는 질문에 나 후보는 "거친 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사퇴하는 게 낫지 않으냐. 자연스럽게 저를 도와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라고 원 후보를 압박했고, 원 후보는 "굳이 말하면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당 내부에서조차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 후보 독주 견제와 단일화 이슈까지 겹치면서 당권 경쟁 레이스는 더 격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비대면 회의를 열고 원희룡·한동훈 후보에 대해 '주의 및 시정 명령' 제재 조치를 확정했다. 선관위는 지난 11일 TV토론에서 두 후보가 당헌당규상 후보자의 공정경쟁의무 및 비방·흑색선전 조장행위 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해 제재를 서면 통보했고, 양측이 각각 이의 신청을 제출했지만 이를 기각한 것이다. 이용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도 전날 당원이 당에 위해를 가하거나 당헌 당규를 위배하는 등의 경우 징계 사유가 된다고 규정한 윤리위 규정 20조를 거론하며 "위반행위에 대해 당헌당규에 따라 주어진 권한으로 엄정하게 조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