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참담하다"는 박지성...정몽규 사퇴론 · 홍명보 선임 번복 가능성 솔직히 털어놔

입력
2024.07.13 11:29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43)이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축구인으로서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아울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사퇴론에 대해서도 힘을 실으며 직언했다.

박지성은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문화행사 'MMCA 플레이: 주니어 풋살'에 참석해 언론과 마주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축구인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공개 발언을 하게 됐다"며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슬픔이다. 둘째로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 커 축구인으로서 너무 슬픈 상황을 맞이했고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가장 슬픈 건 뭐 하나 확실한 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착찹해했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는 상당히 변했고, 앞으로도 많이 변해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면서 "'그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받았다 것이,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나 역시도 이런 상황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맞이하는 축구인들이 다 가슴 아플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진실만이 답"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진실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는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진실을 알아야지 해결책을 가질 수 있다. 이미 축구협회의 신뢰는 떨어졌고,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한다"며 "그 회복의 시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진실을 말하고, 사실대로 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되지 않을까. 어쨌든 절차대로 밟아서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에 당장 사실을 말하더라도 받아들일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박지성은 홍 감독과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함께 이뤘다. 박지성은 "새 감독이 부임한 뒤 기대감을 갖고 시작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감독 선임 이후 이런 상황이 지속된 적이 있었나 싶은 정도다. 솔직히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축구협회 규정이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고, 이번을 통해 사라져야 되지 않겠나? 당연히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며 "결국 한국 축구의 위기라고 말하는데 그 위기가 대표팀이 위기기 때문에, 위기는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렸을 때가 진짜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박지성은 홍 감독과는 개인적인 연락을 취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 상황은 확실한 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고, 그 해결책을 최대한 빨리 시간 내에 제시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대로라면 한국 축구 대표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떠나서 유소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최악의 상황을 면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 사퇴론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박지성은 "지금은 어떤 체계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지 않나. 결국 그 체계를 바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5개월 전이 마지막이 아니었나"고 꼬집었다.

그는 "그 상황에서 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를 만들고 제대로 된 선임을 한다는 행정적 절차를 밟는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무언가 변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팬들에게 심어줬던 것 같다. 결국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팬들에게도 충격이지만 협회 자체 안에서도 상당히 큰 충격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고 결국 모든 것을 다시 하나부터 쌓아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사퇴론에 대해선 "상당히 어려운 부분인 건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그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축구협회장이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지 않아야 한다' 외부의 압력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회장이 스스로 선택을 하셔야 하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회장이 그만둔다 했을 때 대안이 있는지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결국 어떻게 장기적으로 축구협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재확립시키고 신뢰를 심어줄지가 우선돼야 되는 부분이고, 그 상황에서 그 답이 맞는 거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홍 감독의 선임 번복 가능성에 대해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새 감독이 왔을 때 기대감,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이 대부분인데 이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은 솔직히 처음이어서 이것이 어떤 결과를 맞을지는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는 "더군다나 프로 스포츠에서는 결과가 상당히 중요하다. 결과가 과정을 이기는 때가 너무나 많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너무 커서 결과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결국 감독 선임을 (그대로) 하느냐 마느냐. 번복하느냐 마느냐는 축구협회와 홍 감독님이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쉽사리 지금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걱정도 드러냈다. 그는 "선수들한테 직접 들은 얘기는 없다. 너무나 큰 상황이어서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면서도 "선수들이 얼마만큼 당황하고 있을지 어느 정도 예상은 된다"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난 5개월 동안 국내파 감독 선임론이 나올 때마다 상당히 여론과 평가가 좋지 않았다"며 "선수들은 국내파 감독을 선임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을 텐데,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선수들이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자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문제의 매듭을 짓지 않고 나아가면 안 된다. 앞으로 축구협회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