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키맨 신동국 "중재 시간 더 걸릴 것"... 장남과 입장차 확인한 듯

입력
2024.07.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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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장남 임종윤과 11일 2차 만남
상속세 문제 등 봉합과정 장기화 조짐
인내심 한계 소액주주들 "남매 나와라"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중재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목표했던 전문경영인 체제를 출범시키는 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거라는 전망을 한국일보에 밝혔다. 창업가 구성원 간 조율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분쟁 종식'을 선언했던 창업주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입장차를 드러낸 것이다. 그간 벌어진 갈등을 수습하고 그룹 경영을 정상화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12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구체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언제 발표할 수 있냐는 질문에 "가족끼리 조율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특이하게 정리할 부분들도 있지만, 세금 문제도 다 정리가 안 돼서 (전문경영인 체제 준비를) 못 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 회장은 전날인 11일 임종윤 이사와 두 번째로 직접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두 번째 만남에서 예상보다 큰 의견차,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임 이사는 신 회장과 첫 만남 후 공동 입장이라며 "가족 간 불협화음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두 형제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책임경영과 전문경영, 정도경영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융합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직후 신 회장은 한 매체를 통해 화합에 합의한 건 맞지만 형제와 경영 참여를 논한 건 아니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임 이사의 형제경영과 신 회장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맞손을 잡는다기보다, 이미 최대주주 지위인 신 회장이 우위에서 창업가의 의견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차가 드러난 것이다. 이번 두 번째 만남에선 입장차를 재차 확인하고 이견이 예상보다 더 많음을 서로 파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세금 문제'를 언급했다. 그가 말한 세금은 2020년 창업주 별세 후 발생한 5,4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로 보인다. 창업가는 상속세를 5년간 6차례에 나눠 내겠다고 했고, 앞으로 2년간 2,600억 원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아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딸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은 지난 3일 신 회장에게 지분 6.5%를 매각해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한 1,644억 원의 재원을 확보했다. 창업주 장·차남 측은 자체 자금으로 남은 상속세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혀왔으나, 형제경영 체제 선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글로벌 사모펀드와의 지분 매각 소문이 나와 재원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송 회장은 경영권 분쟁 촉발 초기, 형제 측에게 상속세 대납 의사를 전하며 분쟁 봉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중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가족 간 상속세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이유다.

분쟁 중재 장기화 우려에 따라 주주들의 인내심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을 지지했던 약 1,200명의 소액주주들은 창업가 세 남매에게 미팅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나설 경영집단에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해달라는 압박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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