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초중고에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의 교육적 실효성을 두고 국회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12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교육부를 상대로 AI 교과서 도입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 학습 효과에 대한 의문 등을 주제로 질의가 이어졌다. AI 교과서 도입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학생별 학습 상황을 진단하고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교육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내년 초중고 4개 학년(초3·4 중1 고1), 3개 교과(영어 수학 정보)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국어 사회 과학 역사 등에도 AI 교과서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어린 학생들이 AI 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AI 교과서 도입을 유보해달라는 청원 동참 인원이 5만6,000명을 넘었다"며 "성장기 학생 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어 해외에서는 아날로그 교육을 재도입하는 사례를 고려해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6세 미만 디지털학습을 중단시키고 10세 미만 글쓰기 수업에서 태블릿PC 사용을 금지시킨 스웨덴, 초중학교에서 종이와 연필을 다시 쓰도록 한 핀란드 등 북유럽 사례를 들기도 했다.
강 의원은 AI 교과서를 세계 최초로 학교 현장에 전면 도입하려는 정부 정책을 두고 "거대 국가 프로젝트를 하는데 과연 효과성이 입증되느냐"고 물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가가 관리하지 않고 민간이 주도하면 부작용도 많겠지만, 국가교육과정과 연결해 유능한 교사들과 IT 역량이 잘 결합되면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AI 교과서를 3년간 서책형 교과서와 병행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I 교과서가 서책형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고 질의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여당에서도 "학교 현장의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 부총리에게 "초등학교 1·2학년은 AI 교과서를 쓰지 않는데, 바로 (야당 의원들이) 지적하는 (부작용) 측면을 정부도 감안한 게 아니겠냐"며 "초등 3·4학년도 완충 차원에서 적용 과목을 한정하면서 더 배려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초등학교는 5·6학년부터 AI 교과서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발달 단계에 따라 교과서를 개발하고 있고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면서도 "신중히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새로운 교육 방식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국립특수교육원 관계자는 "특수교사 1명이 장애 정도가 심하고 학습 수준이 다른 학생 6명(한 반 규모)의 학습 설계를 다 하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AI 교과서를 활용해 장애 유형별로 맞춤형 교수학습 설계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대 증원 관련 현안도 논의됐다. 교육부가 개원의도 의대 교수로 채용되도록 근무 경력을 100% 연구실적으로 인정하는 '교원 자격기준 등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솔직히 저도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오히려 현장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 의대 교육에 들어오셔서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 부총리가 AI 교과서 도입 정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교육감 선거에 나갈 계획이냐"고 물었다. 이 부총리는 "안 나간다"고 답했고,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정책 추진을 선거 출마로 엮는 건 적절치 않다"고 엄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