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중전회 미래 먹거리 '첨단기술' 집중... 부동산 해법은 부족

입력
2024.07.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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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 제시될 3중전회 15일 개막
'신품질 생산력' 새 경제 성장 동력으로
내수 일으키기 위한 무리수 자제 전망

중국의 중·장기 경제 정책 밑그림이 그려질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15일 시작된다. 18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은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경제 발전 청사진을 제시할 전망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 부진 등 약한 내수 회복세에 불을 지필 획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3중전회는 5년 주기의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치러지는 7차례의 전체회의 중 3번째 회의를 뜻한다. 1·2중전회가 당 고위급 인사 재편 시즌이라면 3중전회는 중국이 목표로 한 정치·경제 분야 목표 달성을 위한 본격적인 정책의 틀을 확정하는 자리여서 가장 주목되는 회의 중 하나다. 관례대로라면 지난해 10~11월 열렸어야 했지만, 해를 넘겨 약 8개월 늦게 열리게 됐다.

"첨단 제조업 챔피언 목표 명확해질 것"

이번 3중전회를 관통하는 구호는 '신품질 생산력'이 될 전망이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처음 언급한 경제 분야 의제다. 강력한 노동력을 앞세운 대량 생산 체제를 근간으로 한 과거 중국 경제 시스템을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신에너지 등 첨단 기술 역량 중심의 생산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미중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암묵적 목표 또한 여기에 숨어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위제 선임연구원은 "'신품질 생산력' 개념 도입으로 첨단 기술 자립으로 미국의 전략적 압박을 봉쇄하고 세계 첨단 제조업 시장의 챔피언으로 등극하겠다는 중국의 새 목표가 이번 3중전회를 통해 명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한 약 쓸 때 아니다"...무리한 부동산 정책 피할 듯

당장 중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내수 침체'를 씻어낼 '충격 요법'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경제는 '부동산 가격 하락→ 소비 심리 약화→ 경제 회복 지연'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대대적인 양적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라는 '유혹'에 끌릴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 등장 이후 부동산 중심 내수 경제 체질 개선 기류가 꾸준히 이어져 온 점, 대대적인 돈풀기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이라는 또 다른 경제 위기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 수준의 부양 정책은 중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리창 국무원 총리는 최근 하계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중국 경제를 큰 병에 걸렸다가 막 회복세에 들어선 환자에 비유하며 "이때 독한 약을 쓰면 안 된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대(對)중국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대담한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라며 "이번 회의에 과도한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중·소도시의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15년 시행했던 '판자촌 프로젝트' 확대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정도가 중국이 내놓을 최대치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번 회의에선 지방정부 재정난 해소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 적자 규모는 지난 4월 기준 41조7,000억 위안(약 7,900조 원)에 달한다. 중앙 정부에 쏠린 조세 재원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방식의 조세 개혁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밖에 노동자 은퇴 연령 상향, 연금호적 제도 개혁 문제도 다뤄질 전망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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