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에서 2만6,000원짜리 치킨을 팔면 중개수수료, 배달비, 결제정산수수료 등 해서 나가고 2만65원이 들어와요. 한 23~26%가 수수료로만 나가는 건데, 결제 수수료를 더 올리겠다니... 저흰 프랜차이즈라 본사 정책 탓에 가격도 못 올리고 진짜 죽고 싶어요."
서울 관악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정산 내역을 보여주며 울분을 토했다. 그가 보낸 지난 주말 정산내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실제 판 금액은 약 273만 원이었지만 각종 수수료를 제하고 김씨 손에 쥐어진 돈은 227만9,411원에 불과했다.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44%나 올리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가맹점주 사이에서 플랫폼 수수료 정책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자율 규제'로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독과점화로 피해가 커지고 있어 보다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2일 프랜차이즈 가맹점 업계 등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최근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44% 인상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물가 상승과 경기 악화로 이중·삼중고에 처한 입점업체들은 계속해서 배달앱사에 중개수수료 인하를 절박하게 요청해 왔는데, 이는 자영업자의 절박한 호소를 매몰차게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행법에서 배달 앱 등 플랫폼 업체들이 수수료를 인상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부 관계자는 "카드수수료나, 공인중개사 수수료처럼 법으로 수수료율을 강제하지 않는 이상 자율 규제, 대화의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수수료 한도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플랫폼 없이는 물건을 팔 수 없을 정도로 독과점화된 상황에서, 입점업체들이 플랫폼과 수수료를 협의할 수 있는 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사안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낮은 수수료 등으로 고객을 확보해 이를 가둔 뒤(락인 효과), 수수료를 올려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플랫폼 업체가 시장을 나눠 가진 뒤 수수료율을 담합할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선의에 기대어 '자율 규제'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규제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배달 수수료가 주문 가격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규율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우리나라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수수료와 중개료를 법으로 직접 규율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