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키운 상추를 한 달에 10만 원어치만 팔아도 농업인 자격을 줍니다. 면세유와 비료, 국민연금에 건강보험 보험료 지원까지 열 가지가 넘는 혜택을 받아요. 세금 낭비 아닌가요?"
충남 논산에서 농사를 짓는 윤주봉(63)씨는 "현행 농업인 자격 인정과 지원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턱없이 작은 규모로 농사를 짓는 데도 농업인 지위를 부여한 탓에 지원이 꼭 필요한 농민들이 충분히 도움을 받지 못하고,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장에서는 농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농지법의 진입장벽을 높여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지법에 따르면, 1,000㎡(약 302평) 농지를 소유해 경작하거나 연간 120만 원 이상 농축산, 임산물 판매를 증명하면 농업인 지위를 얻는다. 660㎡(약 200평) 이상 농지에서 과실, 화훼 작물을 재배하거나 연간 90일 이상 고용돼 농업경영 또는 경작활동에 참여해도 농업인 지위가 부여된다. 그만큼 농업인 인증이 용이하다는 의미다. 농업인으로 인증되면(1,000㎡ 이하) 정부의 직접지원은 연 105만 원, 간접지원이 116만 원, 조건부 지원 45만 원이 된다. 텃밭 수준의 농사를 짓고서도 연간 200만 원이 넘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행 농지법을 손봐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농업인 지위를 인정받기 쉬운 허점을 악용한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2021년 국회 행안위 백혜련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농지법과 부동산실명법 위반(2018-2021)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농지법과 부동산 실명법 위반으로 적발된 인원이 9,123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농지법 위반은 5,875명으로 2018년 1,219명세서 2021년에는 1,917명으로 조사돼 농지법 위반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지 소유자가 농사를 짓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농지를 불법 임대하거나 용도를 변경해 별장을 짓는 등 농지가 투기 수단이 된 탓이란 분석이다.
충남도는 농업인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다시 정립하자는 입장이다. 이종필 충남도 농업정책과장은 "현재 농업인 인정 기준과 제도로는 농촌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첨단화, 대형화하고 인공지능 융복합 시대에 맞는 농지법 개정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