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의 '정신 질환 치료 고백'이 공황장애 환자의 병원 방문을 유도해 신규 진단율을 높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용욱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조민우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2004년 1월~2021년 12월 10만 명당 공황장애를 새로 진단받은 환자 비율인 신규 진단율을 분석한 결과다.
공황장애 특징은 별다른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 불안 상태인 '공황 발작'이다. 갑작스럽게 죽음에 대한 공포, 숨이 가빠지거나 막힐 듯한 느낌, 땀이 나거나 손발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짧은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한 유명 배우가 '공황장애를 앓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2010년 12월을 기점으로 신규 진단율이 갑자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배우가 투병 사실을 고백하기 전인 2004년 1월~2010년 11월 월평균 공황장애 신규 진단율은 10만 명당 5.4명 수준이었지만, 고백 직후인 2010년 12월에는 10만 명당 6.5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신규 진단율은 계속적으로 2011년 1월∼2월 8.4명, 3월 18.0명, 4월 26.0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연구팀은 연이어 2011년 10월과 2012년 1월 유명 가수·개그맨이 잇따라 공황장애 투병 사실을 고백하며 대중의 관심이 증폭돼 신규 진단율이 꾸준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4∼2010년 연평균 공황장애 신규 진단율은 10만명당 65명이었지만 이 수치는 꾸준히 증가해 2021년 9.4배인 610명에 달했다.
신용욱 교수는 "그동안 공황장애 증상으로 고생해도 이를 몰랐거나 알아도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병원을 찾지 않았던 분들이 연예인들의 진솔한 정신질환 투병기를 보고 도움받을 용기를 내게 된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다만 "공황장애 환자만 급증한 것은 다양한 증상이 있어도 비교적 잘 알려진 공황장애로만 치료받아서일 수 있다"며 "공황장애를 포함한 많은 정신 질환은 제대로 진단받고 적절히 치료받으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증상이 있다면 빨리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근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