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점점 좁아지다가 실명하는 ‘녹내장’ 30~40대 환자도 22만여 명

입력
2024.07.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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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40세가 넘으면 1년에 한 번 검사해야

녹내장(綠內障·glaucoma)은 실명을 일으키는 눈 질환이다.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점차 파괴돼 시야가 좁아진다. 일반적으로 40세가 지나 나이가 들수록 녹내장 발생률은 높아진다.

최근에는 비교적 젊은 30대에서도 녹내장 발견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는 2023년 119만 명이었다. 이 중 30대 환자는 7만3,000여 명이었으며, 40대는 15만 명이었다.

녹내장은 안압(眼壓)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눈 질환이다. 안압이 높아지는 원인은 눈 속을 채우고 있으면서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하는 액체인 방수(房水)가 정상적으로 흘러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압이 높아지면 안구가 딱딱해지면서 안구 내 모든 구조물이 압력을 받고, 말랑말랑한 시신경 부위는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녹내장은 60대 환자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라식·라섹 같은 굴절 교정 수술이 많이 시행되면서 안과 검사를 받았다가 우연히 발견될 때가 많다. 젊은 녹내장 환자 대다수는 근시나 고도 근시가 있을 때가 많고, 녹내장 외 다른 망막 질환이 발견되기도 한다.

근시나 고도 근시가 있으면 녹내장에 걸리기 쉬운 것은 고도 근시로 진행될수록 안구가 커지고 앞뒤로 길어지기 때문이다. 눈이 길어지면 시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지므로 시신경이 얇아져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안압 외에도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발병 요인이 될 수 있고 가족력도 원인이다.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일하면 동공이 커지고 수정체가 앞으로 이동하면서 전방각(방수가 방출되는 통로)이 좁아진다. 이는 방수 흐름을 방해해 녹내장에 걸릴 위험을 더 높인다. 영·유아 때부터 눈의 방수 배출 기능 이상으로 안압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선천성 녹내장도 있다.

녹내장은 치료해도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할 수 없고 진행을 늦추는 치료만 가능하다. 안압이 정상이어도(정상 안압 10~21㎜Hg) 녹내장에 걸릴 수 있다(정상 안압 녹내장).

따라서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이상이거나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있거나, 고도 근시·초고도 근시이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1년에 한 번 정도 검사를 하는 게 좋다.

김주연 세란병원 안과센터장은 “녹내장은 60세 이상 환자가 대다수인데 30~40대에서도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기에 당뇨병·고혈압·고도 근시· 6개월 이상 스테로이드제 사용 등 고위험 요인이 있다면 녹내장 검진을 받는 게 좋다”며 “정상 안압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손상은 서서히 진행되므로 환자가 스스로 증상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축성 근시(axial myopia·눈 굴절력에 비해 안축장이 너무 길어 발생)로 시신경을 보호하는 흰자위가 얇아지고 안구가 커져 혈류가 저하되면 시신경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다가 결국 시야가 좁아지고 말기에는 실명에 이를 확률이 높기에 젊을 때 빨리 진단·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