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공세로 얼룩진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2차 토론회 막판 때아닌 '색깔론'까지 등장했다. 원희룡 후보가 한동훈 후보의 가족과 주변인들을 '좌파' 인사로 몰아세우며 '가짜 보수'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그러자 한 후보는 "원 후보야말로 운동권 출신 아니냐"고 맞받았다. 두 사람이 쉴 틈 없이 언성을 높이며 각자의 말만 폭포수처럼 쏟아내면서 토론회는 난장판으로 치달았다.
포문은 원 후보가 열었다. 그는 마지막 주도권 토론에 들어가자마자 한 후보를 향해 "비대위원장 시절도 그렇고 이후에도 (당직자들은 물론 여타 보수 진영 인사들과) 소통을 못 했다는 분들이 많다"며 "그런데 김경율(전 비상대책위원)이나 진중권 교수 같은 정의당·참여연대 인사들과는 (소통이) 활발하다"고 꼬집었다. 한 후보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매우 활발하다는 증거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원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 한 후보의 내밀한 가족 이력까지 끄집어내며 공세를 이어갔다. 검사장 출신의 한 후보 장인이 과거 총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에 도전했던 일과 한 후보 이모부의 민청련 활동 경력을 겨냥해 "장인은 민주당분, 이모부는 좌파 언론 설립자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한 후보를 공격하는 보수 유튜버들이 자주 인용하는 주장을 여과 없이 읊은 것이다. 원 후보는 이어 야권 성향의 방송인인 김어준씨를 거론하며 "한 후보를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고 하자, 한 후보는 "김어준이 저를 지지한다고요?"라고 되물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후보도 반격에 나섰다. 원 후보를 향해 "원 후보야말로 극렬 운동권 출신 아니냐. 저는 운동권 출신인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이모부 얘기를 하셨는데 20년 동안 한 번도 뵙지 못했다"며 "그것도 조사하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는 "어떻게든 좌파몰이를 하는데 2024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놀라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멋쩍어진 원 후보는 "저는 흙수저고 운동권 출신이지만, 성찰하고 성숙한 운동권이었다"는 말로 빠져나갔다.
양측의 감정싸움이 격앙되며 토론회는 급하게 마무리됐다. 두 사람 공히 각자의 말을 쏟아내는 통에 발언이 겹치는 상황이 반복되자, 사회자가 수차례 개입해 말렸지만 진정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속사포 언쟁'은 토론회 마지막 코너인 마무리 발언이 시작된 후에야 겨우 멈춰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