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현재 K팝 팬들에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생성형 AI 기술은 이미 K팝 산업에 침투해 있다."
최근 K팝 업계의 AI 적용을 두고 전 세계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K팝의 AI 실험이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기사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음악 작업에 AI가 적용된 사례를 소개했다.
남성 아이돌 그룹 세븐틴 멤버이자 프로듀서인 우지는 지난 4월 신곡 '마에스트로' 발매 당시 "AI로 작사·작곡을 해봤다"며 "AI는 우리가 활용해야 하는 기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마에스트로' 뮤직비디오에는 AI가 직접 생성한 장면이 삽입됐다. 여성 아이돌 그룹 에스파도 지난 5월 선보인 '슈퍼노바' 뮤직비디오에 AI를 이용해 멤버들의 얼굴은 가만히 두고 입만 움직여 노래하는 장면을 담은 적이 있다.
BBC는 국내 음악 산업의 AI 기술에 대한 관심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작곡가들을 인용, "한국인들은 혁신과 신기술에 관심이 크다"며 "언제나 '이다음은 뭐지', '어떻게 한발 더 앞서 나갈 수 있을까'를 자문한다"고 전했다. 'K팝 대부' 중 한 명인 김형석 작곡가도 4일 영국 옥스퍼드대 강연에서 "AI가 창작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인간의 독특한 창작 능력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팬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BBC는 "K팝 스타들은 직접 안무·작사·작곡에 참여, 자신의 생각을 음악에 담아낼 때 더 인기를 얻는다"며 "생성형 AI가 만든 곡은 팬과 아티스트를 이어주는 접점을 앗아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K팝 업계 관계자는 BBC에 "K팝은 놀라운 수준의 제작과 편집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AI로 작품을 만들게 되면 그 매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AI 기술 발전을 위해 음원이 무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앞서 미국의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와 니키 미나즈 등은 4월 공개서한을 통해 "예술가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AI 사용 중단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BC도 "창작자들의 권리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