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도시 공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수막을 재활용하거나 친환경 현수막을 활용하려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도시미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기후위기' 극복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선거철 폐현수막 발생량과 재활용률은 지난 4월 22대 총선 기간에는 1,235톤에 29.1%,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1,557톤에 24.8%, 같은 해 대선에서는 1,111톤에 24.5%, 2020년 21대 총선 1,740톤에 23.5%, 2018년 지방선거 때 9,220톤에 33.6%를 기록했다. 2018~2024년 선거철에만 1만5,220톤의 폐현수막이 발생해 평균 30.3%만 재활용됐다. 폐현수막의 발생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재활용률은 답보상태다.
하지만 최근 여러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춰 적극적으로 친환경 현수막 활용에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부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국 지자체에 친환경 현수막 사용을 독려하며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 경기 파주시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부산 북구와 금정구, 전북 무주군과 군산시, 대전, 경기 고양시, 광주 서구, 서울 중랑구 등이 친환경 현수막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의회도 지난달 25일 폐현수막을 재활용할 수 있는 지원책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현수막의 친환경 소재 사용 및 재활용 활성화 조례안'을 통과시킨 주덕성 중랑구의회 의원(국민의힘)은 "중랑구 각 부서에서 제작하는 6,000개 이상의 홍보용 현수막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면 자원순환 활성화와 환경오염 감소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작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소재 사용을 강조했다.
조례 제정 전 이미 친환경 현수막 전(全)주기를 완성한 지자체도 있다. 경남 김해시는 올해 제작하는 모든 현수막을 친환경 소재로 전환했고, 다음 달부터는 민간 분야로 확대를 위해 상업용 친환경현수막 전용 게시대 20곳을 시범운영한다. 김해시는 이에 더해 지난달 화학 재생을 통해 친환경 폐현수막 1.8톤을 원사로 만든 후 수출용 차량 내장재로 공급하기로 하면서 현수막 친환경 전주기사업을 완성했다. 김해시는 현수막 코팅층을 제거하고 원사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대구의 친환경 현수막업체 (주)HS한솔과 손을 잡았다. 김해시에서는 한 해 1만 개의 행정현수막과 8만 개의 상업현수막 등 9만 개의 현수막이 게양되고 있다. 친환경 현수막은 연소 시 인체에 무해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고 땅에 묻어도 1년 정도면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썩기 때문에 비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4월 SK지오센트릭과 함께 폐현수막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두꺼운 코팅층과 잉크 때문에 재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작단계부터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는 대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치균 김해시 자원순환과장은 "현수막 제작부터 재활용까지 전주기에 친환경 개념을 도입했다"며 "친환경 게시대에는 상업용 현수막 게시기간을 연장하는 등 민간에서도 탄소중립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